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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많은 철강 업계…미 수출 할당량 배분 때 '쿼터 전쟁' 촉발 우려

2018-03-27 09:52 | 박유진 기자 | rorisang@naver.com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정부와 미국의 협상으로 철강 수출 때 쿼터(수입량할당)제가 시행되면 중소 철강 업체가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정부와 철강협회에 따르면 쿼터제 시행에 따라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 가능한 철강은 268만t이다. 전년 대비 74%까지 축소된 물량으로 생산량과 가동률에 각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부는 수입할당량에 대해 철강협회와 업계가 상의해 물량을 자율 배분할 것으로 예고했는데 대부분 중소업체들이 많아 협상력 차이로 수익성에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스파이럴 강관/사진=세아제강 제공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본부장은 지난 26일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치 결과를 발표하며 "철강 수출 중 대미 수출량은 약 11% 비중으로 이번 쿼터 설정으로 인해 제약된 물량은 지난해 대비 약 3%에 그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당장 유정용강관(OCTG) 생산 업체들은 걱정이 크다.

유정용강관은 대미 철강 수출 비중의 57%를 차지하는 제품으로 '무역 전쟁'시 가장 타격이 예상됐던 분야다. 강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업체는 세아제강, 휴스틸, 넥스틸 등인데 이들을 제외하고선 연 매출이 1000억원도 안되는 중소 업체가 많아 쿼터 시행 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강관 생산 업체는 현대제철, 세아제강, 휴스틸, 넥스틸, 하이스틸, 동양철관, 금강공업, 스틸플라워 등이다. 이 중에는 직원 300명 이하에 자본이 5000억원도 안 되는 중소기업이 많다.

한국기업평가의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강관 제조 업체 55개사 중 매출 3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곳은 3개사에 불과하다. 이 외에 나머지는 철강 산업 내 경쟁력이 심화됨에 따라 재무구조가 열악한 곳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병균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강관 업체의 실적 부진이 이어졌던 2015년도를 기준으로 신용등급을 살펴본 결과 상위 업체 2~3곳을 제외하면 재무적으로 외부 충격에 취약한 곳이 많았다"면서 "전 국가 25% 관세 시행 시 예상했던 구조조정 사태 등은 쿼터제 시행으로 피해갔지만 여전히 우려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기술력과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선도 기업의 경우 생산기지 이전과 현지 생산량 증가를 토대로 위험을 회피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예상이다.

이 가운데 수입 쿼터제 시행 시 물량 배분 조절과 관련해 정부 측은 업계 자율 판단에 맡기겠다고 손을 놔 '쿼터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물량 배분 과정서 중소업체의 경우 메이저사에 비해 협상력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로 2000년대 초반 섬유 업계에는 쿼터 전쟁이 일어난 적 있다. 미국은 지난 2003년 6월 베트남에 대해 쿼터를 실시한 적 있는데 당시 현지에 진출했던 섬유업체들은 쿼터를 확보하지 못해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했다.

쿼터 확보 업체의 경우 수출에 문제가 없었지만 이를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기존 수출량 확보에 성공한 기업에 물량을 배분받는 등 부작용도 많았다.

현재 산업부와 철강 업계 등은 수입할당량에 대한 명확한 배분 방식 기준 등을 세우지 않은 상태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기존까지 철강 분야에 쿼터제가 실시된 적 없어 배분 방식 등에서는 업계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중소업체에 대해서도 불이익 없는 방안 등을 모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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