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정부와 미국의 협상으로 철강 수출 때 쿼터(수입량할당)제가 시행되면 중소 철강 업체가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정부와 철강협회에 따르면 쿼터제 시행에 따라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 가능한 철강은 268만t이다. 전년 대비 74%까지 축소된 물량으로 생산량과 가동률에 각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부는 수입할당량에 대해 철강협회와 업계가 상의해 물량을 자율 배분할 것으로 예고했는데 대부분 중소업체들이 많아 협상력 차이로 수익성에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본부장은 지난 26일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치 결과를 발표하며 "철강 수출 중 대미 수출량은 약 11% 비중으로 이번 쿼터 설정으로 인해 제약된 물량은 지난해 대비 약 3%에 그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당장 유정용강관(OCTG) 생산 업체들은 걱정이 크다.
유정용강관은 대미 철강 수출 비중의 57%를 차지하는 제품으로 '무역 전쟁'시 가장 타격이 예상됐던 분야다. 강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업체는 세아제강, 휴스틸, 넥스틸 등인데 이들을 제외하고선 연 매출이 1000억원도 안되는 중소 업체가 많아 쿼터 시행 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강관 생산 업체는 현대제철, 세아제강, 휴스틸, 넥스틸, 하이스틸, 동양철관, 금강공업, 스틸플라워 등이다. 이 중에는 직원 300명 이하에 자본이 5000억원도 안 되는 중소기업이 많다.
한국기업평가의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강관 제조 업체 55개사 중 매출 3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곳은 3개사에 불과하다. 이 외에 나머지는 철강 산업 내 경쟁력이 심화됨에 따라 재무구조가 열악한 곳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병균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강관 업체의 실적 부진이 이어졌던 2015년도를 기준으로 신용등급을 살펴본 결과 상위 업체 2~3곳을 제외하면 재무적으로 외부 충격에 취약한 곳이 많았다"면서 "전 국가 25% 관세 시행 시 예상했던 구조조정 사태 등은 쿼터제 시행으로 피해갔지만 여전히 우려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기술력과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선도 기업의 경우 생산기지 이전과 현지 생산량 증가를 토대로 위험을 회피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예상이다.
이 가운데 수입 쿼터제 시행 시 물량 배분 조절과 관련해 정부 측은 업계 자율 판단에 맡기겠다고 손을 놔 '쿼터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물량 배분 과정서 중소업체의 경우 메이저사에 비해 협상력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로 2000년대 초반 섬유 업계에는 쿼터 전쟁이 일어난 적 있다. 미국은 지난 2003년 6월 베트남에 대해 쿼터를 실시한 적 있는데 당시 현지에 진출했던 섬유업체들은 쿼터를 확보하지 못해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했다.
쿼터 확보 업체의 경우 수출에 문제가 없었지만 이를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기존 수출량 확보에 성공한 기업에 물량을 배분받는 등 부작용도 많았다.
현재 산업부와 철강 업계 등은 수입할당량에 대한 명확한 배분 방식 기준 등을 세우지 않은 상태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기존까지 철강 분야에 쿼터제가 실시된 적 없어 배분 방식 등에서는 업계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중소업체에 대해서도 불이익 없는 방안 등을 모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