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유통업체 타이어뱅크가 글로벌 메이저 타이어 기업인 금호타이어 인수를 선언하며 연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타이어뱅크 블로그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타이어 유통업체 타이어뱅크가 글로벌 메이저 타이어 기업인 금호타이어 인수를 선언하며 연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27일 금호타이어 인수를 선언한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지난 1991년 유통 단계를 대폭 축소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며 사업 규모를 전국적으로 확대한 '타이어 유통업계의 신화'로 불린다.
자본금 1억원으로 시작한 타이어뱅크를 20여년 만에 국내 최대의 타이어 유통 기업으로 성장시킨 김 회장의 사업 수완도 널리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유통 채널을 운영하는 기업이 대형 타이어 제조업체인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것에는 의문의 시각이 많다.
전국적으로 400여개 매장이 타이어뱅크 간판을 달고 운영되고 있지만, 대부분 대리점 방식으로, 타이어뱅크 본사 직원은 70명에 불과하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국내 직원만 5000명을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타이어뱅크의 금호타이어 인수는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꼴이다.
2016년 기준 타이어뱅크의 매출은 3729억원으로 산업은행이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지분 45% 인수 대가로 제시한 금액인 6463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664억원, 당기순이익은 272억원, 자본총계는 1467억원으로 어떤 지표를 봐도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에는 무리가 커 보인다.
지분 인수자금은 어떻게 마련하더라도 금호타이어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 중국 법인의 부실화 등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 투자여력까지 감안하면 현실성은 더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지적에 대해 "타이어뱅크를 증시에 상장하거나 회사 자체를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이 아닌 유수의 글로벌 기업 2곳이 타이어뱅크가 국내 공장을 맡아주면 인수에 참여하겠다고 했다"며 "해외기업과 공동으로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자금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부실 원인이 된 중국 공장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말로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오직 국내 공장 경영을 맡겠다는 의지만 밝힌 상태라 채권단의 경영정상화 계획과는 괴리가 클 것으로 보인다.
유통 업체가 제조사를 인수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타이어뱅크는 금호타이어와 한국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전 타이어 브랜드를 취급하는 유통 채널로, 특정 제조사를 자회사로 거느릴 경우 기존 체제가 유지되겠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타이어뱅크가 애초에 금호타이어 인수보다는 '홍보효과'를 노린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해 노조를 설득해 자구안 합의를 이뤄는 게 시급한 상황에서 타이어뱅크의 돌발 행동이 혼란만 키운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해 정상화시키겠다는 진정성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단순히 홍보효과를 노린 것이라면 노조와 채권단의 힘겨루기 속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회사를 놓고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