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이 27일 타이어뱅크의 금호타이어 인수 의사 발표에 대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며 "법정관리를 거친 후 금호타이어를 헐값에 매수하겠다는 속셈"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김종호 회장은 이날 사내게시판에 올린 '우리의 운명은 우리의 손으로'라는 제목의 공고문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3월말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긴박한 상황이지만 24일 노조의 금남로 집회 이후 명확한 출처나 구체성 없는 국내 기업들의 인수의향 관련 뉴스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4일 노조가 '국내 건실한 기업이 인수의사를 표시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정체 불명"이라고 일축했고, 25일 일부 매체를 통해 보도된 호남 기업들의 컨소시엄설에 대해서는 "(컨소시엄의 주체로 언급된) 호반건설이 부인했다"고 전했다. 26일 불거진 '5억달러 대출 재무적 투자자'설에 대해서도 "정체불명"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이날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금호타이어 인수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서도 "구체적 계획이 없다"면서 "신발보다 싼 타이어를 표방하는 국내 유통업체까지 끼어들어 우리 임직원들의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종호 회장은 "타이어뱅크는 경쟁사 제품을 주력으로 취급하는 소매업체로서 이 시점에 인수의향을 밝히는 것은 금호타이어가 골든타임을 놓치고 법정관리로 들어가도록 조장하려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이런 업체들은 마치 1996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우성타이어를 1999년 인수했던 넥센타이어처럼 일단 법정관리를 거친 이후 금호타이어를 헐값에 매수하겠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김종호 회장은 "우리는 금호타이어가 더 이상 조롱거리가 되지 않도록 불확실한 외부환경에 우리의 내일을 맡겨서는 안된다"면서 "임직원 모두가 주어진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해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4월초 법정관리 신청이 가능할지 한번 지켜보겠다는 것은 무모하고 무책임하다"면서 "법정관리를 거친 기업 중 온전히 회생한 경우는 드물며, 주주와 채권자의 손실은 물론이고 가장 큰 고통은 임직원들이 감수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정관리로 가는 순간 지난 58년간 애써 구축했던 모든 비즈니스 관계들은 무너지고. 고객의 신뢰를 잃게 되어 생산과 영업은 회복할 수 없는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면서 "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을 택할 시간이 왔다. 더블스타와 채권단의 8500억원 신규자금으로 회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4월 2일 만기가 도래하는 어음 때문에 부도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채권단의 추가 자금지원이 없으면 이제 우리 회사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법정관리로 가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면서 "비록 지금은 고통스럽지만 우리의 내일과 우리의 후대들을 위하여 현실을 직시하고 현명한 의사결정에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