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자유한국당 지도부는 ‘공감 정치’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발언해 경찰과 극한 대립 중인 자유한국당이 이 와중에 또다시 ‘논평 설화’로 곤혹을 치르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수사 결과가 나오자 여야가 모두 참담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한국당만 “불쌍하다”는 논평을 내고 두둔한 것은 현실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제1야당의 대변인이 "이제는 농단의 주범이 책임을 말해야 한다"며 촛불 시민을 비판하는 논평까지 덧붙인 것은 보수정당의 책임감도 선거를 앞둔 정무감도 저버린 것으로 뿌리없는 한국당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홍지만 대변인의 “불쌍하다” 발언을 김성태 원내대표가 하루만에 “공식 논평이 아니다”라고 수정하고, ‘미친개’ 발언에 대해 장제원 대변인이 뒤늦게 사과했지만 한국당의 잘못된 발언들은 이미 쏟아진 물과 같다.
2016년 촛불집회에 맞불집회를 하면서 보수정권을 옹호했던 150만 재향경우회까지 “제1야당의 경찰 인식에 큰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반발하는 상황은 빛바랜 보수정당의 존재감을 방증한다.
홍준표 대표를 비롯해서 한국당이 막말 논란으로 도마위에 오른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비평가들은 한국당의 논평이 거칠고 센 이유가 관심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하지만 막말에 가까운 한국당의 논평을 듣고 있자면 대체 무엇을 비판하고, 무엇을 주장하는지, 알맹이없는 자극적인 발언들만 기억에 남아서 과연 공당의 논평이 맞는지 의아할 때가 많다.
한국당 지도부는 시원하게 막말을 쏟아내고 스스로 위안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야당의 행태를 지켜보는 많은 국민들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야당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니 정부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해낼지 우려도 커진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되고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데도 안보 이슈에서도 설득력 있는 논평 한번 들은 기억이 없다. 무엇보다 보수의 안보 메시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기껏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알려진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을 저지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기도 했다.
국회 긴급 현안질문을 요구한 한국당이 김영철 방남을 막지 못한 문재인 정부를 맹비판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에도 남북군사회담 북측 대표로 김영철이 나섰던 점을 적극적으로 거론하면서 보수야당의 지적은 힘빠진 ‘발목 잡기’로 추락했다.
한국당은 우리 사회를 안정감 있으면서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나갈 역할을 담당한 대표 보수정당이다. 보수의 말이란, 보수 진영의 대표 원로인 복거일 소설가의 말처럼 “은은하고 강하되 필요한 시기에 결정적으로 강한 울림이 되어야 한다.”
보수는 진보와 달리 거칠거나 자극적이지 않아도 늘 필요한 존재로 각인시켜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수정당의 주장은 결코 가볍지 않아야 할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정당의 존재 이유가 정권을 잡는 것이고, 6월13일 지방선거가 코앞이지만 지금 한국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당의 이미지를 혁신하는 것이다. 아무리 부인해봐야 지난 10년의 보수정권이 망가뜨려놓은 보수정당 이미지를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을 때까지 바꿔놓아야 정권 재창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 20대는 꼭 보수와 진보로 구분할 수 없고 실용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세대라는 점을 감안해 지금부터라도 막말 논평으로 주목받을 생각은 접어두고 무엇보다 소통이 가능한 공당으로서 자리매김부터 할 필요가 있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