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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 어디로가나-①]한진해운 그후…'코리아 브랜드' 신뢰도 추락

2018-03-29 14:18 | 최주영 기자 | jyc@mediapen.com
세계 7위 한진해운의 파산 이후 해운업계에서 ‘코리아 브랜드’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원톱 선사로서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흑자를 내기에는 역부족인데다 아직 해운업 3차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만큼 몸집 불리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오는 2020년 황산화물규제를 앞두고 세계적 해운선사들은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국내 선사들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에 미디어펜은 세계 시장에서 국내 해운업계 위상과 자체 경쟁력 회복 방안은 무엇인지 4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최주영 기자]“한진해운 사태 이후, 한국해운업의 떨어진 국제 신뢰도를 회복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운정책을 펼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출 수 없는 구조다. 현실성이 없다면 과감히 접어야 한다. 한국 해운은 독자적인 재건 능력이 없다.” 

해운업계 한 고위임원의 말이다. 2016년 2월 한진해운 파산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선사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7위였던 한진해운의 파산은 해운업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쳐 큰 충격과 후유증을 가져왔다. 한진해운의 파산에 따른 갑작스러운 물류 대란으로 국내 선사에 대한 신뢰도는 하락했고 점유율 또한 1/4 가량 낮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해수부 '해양산업 통계조사' 보고서 /사진=해양수산부 제공



◇국내 해운업계 신인도 하락

29일 해수부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내 기업체 5257개를 표본으로 기업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6년 기준 해양산업 전체 매출액이 전년보다 8% 줄어든 116조8937억원으로 집계됐다. 국적선사의 비중은 지난 2016년 상반기 38.5%에서 지난해 34%로 낮아졌고 국적선사의 선복량 또한 무려 60%나 줄어들었다. 

당시 정부는 한진해운의 주요 자산을 국내 선사에 넘기겠다고 했지만 핵심 자산인 1만3000TEU급 선박 9척 등이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 등 대형 선사에 넘어갔다.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반사이익이 내국 선사가 아닌 외국 선사로 고스란히 돌아간 셈이다.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국내 화주들 마저도 등을 돌렸다. 화주들은 선복 및 네트워크 부족 등의 이유로 국적선사 이용을 꺼리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낮은 운임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화주들의 낮은 적취율 제고도 문제로 꼽힌다. 

드류리는 전세계 상위 7개 컨테이너선사가 앞으로 90%의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해운업계 또한 이같은 순위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국내 원톱으로 올라선 현대상선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승부를 보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은 선복량 기준(34만TEU) 세계 14위이며 시장점유율은 1.5%다. 머스크라인(414만TEU)과 MSC의 선복량(313만TEU)과 비교하면 가야할 길이 먼 상황이다. 출범 2년차를 맞는 SM상선의 경우 세계 선사 순위 30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한중일 해운사, 1국 1원양선사로 재편

국내 해운업계는 덩치 싸움에서도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해운사들은 최근 '1국 1국적 원양선사(한 국가에서 대표 선사 한 곳만 두는 것)' 흐름으로 재편 중이다. 2014년 이후 꾸준히 이어진 컨테이너 선사 간 대형 M&A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사진=한진해운 제공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M&A를 보면 2014년 독일 하파그로이드의 칠레 CSAV 합병으로 단숨에 글로벌 4위 해운사로 올라섰고, 2016년에도 머스크가 독일 함부르크쥐드를 40억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7월 중국 중국원양해운이 홍콩 오리엔털 오버시스를 인수, 세계 3위로 올라섰다.

반면 국적 선사들은 좀처럼 뭉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나마 국내 3~4위인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이 자율 구조조정 차원에서 합병하면서 국적 컨테이너사 간 불필요한 역내 출혈 경쟁은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일찌감치 통합 선사를 배출한 일본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다.

김태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정책연구실장은 “일본이 합병을 통한 ‘덩치 키우기’를 컨테이너선업계 성장 전략으로 활용하면서 우리나라 국적선사도 뒤늦게 뛰어든 형국”이라며 “늦은 감은 있지만 역내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제 컨테이너선 시장은 지난해부터 유럽 선사들의 대량 발주가 시작되면서 2020년에는 공급 과잉 상태가 빚어져 2차 해운업 재편이 시작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1국 1선사’가 정착되는 세계 흐름에 맞춰 정부 주도의 재건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흩어지는 한국해운…'각자도생' 

그나마 유일한 국적선사로 남은 현대상선이 원톱 선사로서 재건(흑자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 국내 선사의 통합 움직임은 좀처럼 관찰되지 않는다. 해운사들은 오히려 경쟁력 있는 부분을 강점으로 앞세워 각자도생을 도모하는 분위기다.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사진=현대상선 제공



최근 현대상선은 현 단계에서 SM상선과 협력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냈다. 현대상선은 해외 화주들이 SM상선의 선박에 화물을 선적을 기피하는 점을 문제로 들며 미주노선 협력을 강하게 반대했다. 이렇게 되면 2M+H 얼라이언스 관계(전략적 제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현대상선을 옥죄는 요인이다.

또 이 경우 SM상선의 구조조정 비용이 현대상선에 전가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SM상선의 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흡수 합병은, 현대상선의 채권단이나 주주들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 현대상선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대상선에 대해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특별 관리’ 기업으로 지정하고 현대상선이 생존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며 SM상선도 민간선사로서 다른 선사와 동일한 기준과 원칙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해양 생태계 회복 주도해야"

해운업계는 국적 원양선사의 적취율을 높이기 위해 국내 화주들이 국적선사를 이용하도록 독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기간 한국 해운업의 적자가 지속된다면 글로벌 화주들의 마음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수부는 이달 안으로 발표할 뉴스타트 한국해운 재건 5개년 계획에 '원양 컨테이너 선사 100만TEU 달성'을 중점 추진 목표로 담은 점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해수부는 컨테이너 자국화물 적취율을 50%(원양 25%)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국내 점유율이 가장 높은 현대상선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 되면 선복량 확대는 무리 없이 추진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선사들과 비교했을 때 운임 경쟁력이 크지 않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현 시점에서 출혈적 경쟁을 막고 선사 간 M&A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국적선사에 우리나라 화물을 선적할 수 있도록 국내 화주들에게 유인책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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