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지상파 3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KBS, MBC, SBS에서 내보낸 '삼성'과 관련된 방송이 무려 6개나 된다. 이건희 삼성 회장 차명계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석방, 에버랜드 땅값 의혹, 미래전략실 등이 그것이다. 모두 삼성에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대표주자는 KBS '추적 60분', MBC '주진우의 스트레이트',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SBS 뉴스다. 주제는 달랐지만 이들의 메시지는 궤를 같이 한다.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며 모든 것을 삼성이 좌지우지하고 있고, 심지어 언론까지 꽉 쥐고 있다는 것. 이런 메시지를 통해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의 주장대로 삼성이 모든 것을 쥐고 흔들고 있다고 치자.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감히' 삼성을 욕보이는 내용이 전파를 통해 전해질 수 있었을까. 설마 '정의'를 위해 목숨 걸고 감행한 것이라면, 그 어마어마한 일을 벌이고도 왜 감옥에 가지 않은 걸까. 이들의 행태는 되레 막강한 삼성을 비판할 자유가 대한민국에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을 뿐이다.
다만 아무리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이라 하더라도 '공정성'이 생명인 방송이 편향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봐선 안 된다. 정당이야 '편향'이 숙명이지만 방송국은 다르다는 의미다. 방송국은 자기들이 추구하는 사상과 이념으로 지지자를 모으는 곳이 아니다. 그들의 역할은 시청자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앞에 삼성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련에 벌어진 일을 보고 있자면 우리 방송국이 '특정 정당'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이것은 신문이 가질 수 있는 논조의 자유와는 다른 문제다. 방송은 주파수의 희소성이라는 물리적 특성과 맞물려 '공정성'에 대한 잣대가 더욱 엄격하게 요구되기 때문이다.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방송이라면 시정잡배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최근 이 같은 방송 트랜드의 선봉장에 선 것은 주진우, 김어준이다. 이들은 이른바 '좌익세력'의 대표 스타다. 인지도가 높아져 그들의 무대가 지상파로 바뀐 것은 노력에 대한 결과라 치자. 다만 무대가 달라졌으면 방송에 임하는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 예전처럼 편향된 방송을 일삼으며 농담이나 하던 시절과는 다른 지상파 방송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무대만 달라졌을 뿐, 이들의 태도는 그 옛날 '나는 꼼수다' 시절과 달라진 것이 없다. 영향력만 막강해졌을 뿐이다. 그들의 방송을 보고 있자면 겉멋만 잔뜩 들어 줘도 안 읽는 마르크스 책을 옆구리에 끼고 앞뒤 안 맞는 말을 진리인 양 날리는 운동권 학생이 떠오른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총수의 고독한 결정'을 알겠으며, '시장의 힘'을 믿을 수 있겠는가.
두 사람은 알아야 한다. 그들이 폼 잡고 앉아 삼성을 비판할 수 있는 자유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그 옛날 우리에게 '자유'를 선물한 건국 대통령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고, 그 토대 위에 '부'를 완성한 박정희 대통령, 그리고 삼성·현대 등 기업이 있었기에 완성된 산업화고 민주화다.
본인들이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그저 비난하는 것만이 '지성'인 줄 아는 사람들이 오피니언 리더를 자처한 덕에 '반기업 정서'가 상식이 됐다. 그런데 그들은 알까. 그 누구보다 기민하게 팟캐스트 시장을 개척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그 인기를 발판 삼아 돈을 번 그것이야말로 '기업가 정신'의 표본이라는 것을. 정말 알 수 없는 세상이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