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위 한진해운의 파산 이후 해운업계에서 ‘코리아 브랜드’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원톱 선사로서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흑자를 내기에는 역부족인데다 아직 해운업 3차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만큼 몸집 불리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오는 2020년 황산화물규제를 앞두고 세계적 해운선사들은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국내 선사들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에 미디어펜은 세계 시장에서 국내 해운업계 위상과 자체 경쟁력 회복 방안은 무엇인지 4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정부가 3년간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선박 200척의 발주를 지원하는 등 '해운업 재건을 위한 5개년 육성안'을 발표하면서 해운사들의 셈법이 다양화되고 있다. 정부는 현대상선 외에 중소 해운사들에게 골고루 지원을 약속했지만 성장가능성이 큰 해운사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는 형국이다.
5일 해수부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안정적 화물확보 △저비용·고효율 선박 확충 △경영안정 등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2018∼2022년)을 발표했다. 우선 올해 7월 출범하는 한국해양진흥공사의 투자·보증을 활용해 2020년까지 벌크선 140척과 컨테이너선 60척 등 200척 이상의 신조 발주를 지원한다.
국적선사 이용 국내 화주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기존 금융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지 못한 건실한 중소선사에도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지난해 8월 국적 선사 14곳이 참여해 출범한 한국해운연합(KSP)을 통한 자발적인 항로 구조개선도 지원키로 했다.
정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해 2022년까지 해운 산업 매출액 5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복안이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법령 개정, 공사 설립, 관계부터 협의 등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면서 "조선업 경기 회복과 수출입 물류경쟁력 확보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상선 10위권 만든다"..업계 '술렁'
현대상선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현대상선은 당초 2만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친환경 메가 컨테이너선 발주가 지연되고 있었지만 해수부 5개년 계획 발표로 속도가 붙게 됐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적극 환영한다"며 "정부 발표에 따라 친환경·고효율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준비도 생각보다 빨리 추진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해수부 해운업 재건 계획 /그래프=해양수산부 제공
정부는 국적선사의 경쟁력을 높여 현재 선복량 기준 세계 14위 수준인 현대상선을 10위권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 경우 현대상선의 선복량 또한 현재 34TEU 수준에서 100만TEU급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또 오는 7월 설립되는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기존 선박 신조지원 프로그램 투자・보증 등을 통해 향후 3년간 중소 선사 벌크선박 140척 이상을 포함한 200척 이상 신조 발주를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한국해양진흥공사 도움으로 2만2000TEU급 선박 12척, 1만4000TEU급 선박 8척 등 총 20척을 발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적자금이 들어간 현대상선에 대해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자 SM상선 등 다른 해운사들은 술렁이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해수부 계획 발표 이후 현대상선이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정부의 가장 큰 지원을 받는 업체로서 몰아주기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김영춘 해수부 장관의 “선사지원 계획 중 현대상선의 비중이 10%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김 장관은 “해운업 지원계획 중 현대상선의 10%를 제외한 나머지 90%는 다른 선사를 위한 지원이 될 것이라고 구분해서 말해도 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엄기두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도 "정부는 SM상선 고려해운 팬오션 대한해운 등 컨테이너선이든 벌크선이든 동일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서 형평성에 맞게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해운사들은 해양진흥공사의 이같은 지원이 현실화되면 선박 발주에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선사들 "자국 화물 실릴까" 기대반우려반
다만 해운사들은 국적사 적취율 제고와 더불어 선·화주 상생 방안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졌다. 해수부 발표에서 자국선사의 적취율을 늘리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도 나오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해운사들은 "선박에 실리는 화물 확보가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왔던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수준"이라며 "선·화주 상생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큰 화주들은 장기적으로 펀드, 투자할 수 잇겟지만 사실은 비용 절감하느냐가 핵심인데 단순히 애국심이나 '상생'이라는 문구를 내걸어서는 화주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세제혜택, 인센티브는 물론이고 국적선사에 화물을 실었을 때 어느 정도의 이득이 생길 거라는 확실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내 원양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의 자국선사 적취율은 13% 수준으로 근해항로를 포함해도 38%에 그친다. 나머지는 외국선사를 이용한다는 얘기다. 선사는 선박이 많아도 화물을 실지 못하면 수익을 낼 수 없어 국내화주들의 적취율 제고는 해운업 강화에 필수적이다.
해수부는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 및 관련기관을 중심으로 '해상수출입 경쟁력 강화 상생위원회'를 구성해 국내 화물의 국적선 수송 확대를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SM상선 관계자는 "국적선사 화물 적취율을 높일 수 있는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선화주 지원 정책이 나와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선주협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선화주 상생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재건계획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