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승희 미디어펜 회장 |
건국이후 미국과의 동맹이 분단 남쪽에서나마 어느 정도의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주었지만 미국주도 문명이 쇄하기 시작하고 중화문명의 재상승기류 속에서 우리는 또다시 중국의 영향력을 걱정해야하고 주변국의 눈치 속에, 분단도 그랬지만 통일마저 주변4강의 이해관계 속에서 어쩌지 못하는 질곡에 빠져있다. 지금의 한국 정치외교, 정치경제학자들은 4강외교니 2강외교니, 영세중립국이니 동북아 중심국이니 하며 반도의 줄타기생존전략을 열심히 고뇌하고 있으나 결국은 한반도 찻잔속의 태풍이상 무엇이 더 있겠는가?
한반도 영토에 갇혀있는 한, 서산에 지는 미국의 영향력 속에 어떻게 떠오르는 중국의 영향력을 벗어날 것이며 반도의 굴기를 선호할 리 없는 주변 대국들의 영향을 어떻게 쉽게 벗어나겠는가. 그나마 오늘날의 한국은 못사는 평등이라도 평등하면 좋다고 경제수월성을 폄하하는 포퓰리즘정치에 빠져 그동안 주변으로부터 관심을 받던 경제역동성마저 상실하고 있으니 상황은 더 심각해지지 않겠는가.
우선 미국의 세기가 끝나는 것은 역사의 필연이다. 단지 그 때가 짧거나 길 분이다. 인류 역사상 일등 문명이 영원한 적이 없고 일등 경제가 영원한 적이 없다. 문명도 경제도 그 번영과 쇠퇴, 변화의 본질은 무임승차에 있기 때문이다. 일등문명이나 경제는 항상 다른 모든 후발 문명과 경제의 무임승차대상임을 잊지 말자. 그래서 앞선 문명이나 경제는 반드시 추월을 면할 수 없음이다. 일등기업이 영원치 못함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리스, 로마문명의 시작과 끝이 그러하고, 서구열강들의 산업혁명을 향한 질주 또한 그러했다.
영국이 앞선 문명인 중국과 앞선 경제였던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성공문화유전자를 무단 복제하여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미국이 영국을 무단 복제하여 20세기 종주국으로 올라서는 과정이 다 앞선 성공노하우의 무임승차를 통해 달성된 것이다. 한국경제의 오늘이 미국과 일본에 대한 무임승차의 결과이며, 중국의 재 굴기가 바로 한국의 성공 노하우를 무임승차한 것이 아니겠는가. 무임승차당하는 버스회사가 망함은 필지의 결과이니 지금 세계의 최강이라는 미국경제야 말로 세계 모든 나라의 무임승차대상이니 그 운명 또한 풍전등화가 아닌가?
중국은 아편전쟁이후 일세기 반 동안 2등, 3등 국가로 전락했었으나 30여년 전부터 흥하는 이웃인 한국을 무임승차하여 오늘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제 중국의 미국추월여부는 미국 등 서구의 성공노하우는 열심히 복제하되 실패하는 포퓰리즘 사회민주정치는 반면교사(反面敎師) 삼고, 한국경제를 중진국 함정에 묶어 놓고 있는 한국 민주정치의 경제평등이념 또한 반면교사 삼아, 얼마나 열심히 경제적 수월성을 추구해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단지 그 때가 언제일지 정확히 예측하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향후 한국의 미래는 어떠할까? 한반도라는 영토를 못 벗어난 체 경제를 최강으로 못 만든다면 자존을 지킬 수 있는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는 난망이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우리가 한반도라는 질곡을 타파할 묘수를 못 찾는다면 말이다. 국가는 영토를 못 벋어나지만 민족은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묘수는 다름 아니라, 새로운 한민족 세계국가를 밀레니엄 비전으로 하여 이제부터 한민족 개조작업을 추진하는 일이다. 이 기간이 너무 길어 하품이 나온다고요?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한계를 뛰어넘어 또 다른 오천년을 질곡 속에서 살지 않으려면 이외 다른 방도는 없어 보인다.
지금 한민족 이민자, 코리아 디아스포라들을 생각해보라. 유태인보다 영특하고 세상 어디에서도 가장 빠르게 적응하는 우리 디아스포라가 세계를 점령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지난 30~40년의 짧은 기간 동안 이 들이 이룩해온 개별 성공사례들을 다 열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유태인들은 나라 없이 세상을 유랑하며 세계를 경영하는 민족으로 일어서 세계최강의 미국을 좌지우지하는데 2000년이 걸렸다면 우리는 그 반이나 그 1/4이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 한민족이 다가오는 1000년간 세계를 주도하기위해선 좁은 한반도를 벗어나야 한다. 유대인이 미국 유럽 등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듯이 우리도 한민족 디아스포라를 활용해 새로운 국운을 개척해야 한다. 한민족 디아스포라에게 이중국적 부여와 이들을 관리할 전담부서 설립, 제주를 디아스포라 전진기지 활용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세계한상대회가 지난해 10월31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폐막식을 갖고 있다./뉴시스 |
유태인들이 했는데 한민족이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이민자들이 세계주도국들의 정치, 경제, 금융, 과학 등 주요 분야에 깊게, 높게 진출하여 이 들이 세계 대세의 흐름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때 우리는 국제 정치경제 헤게모니 전에서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지 않겠는가? 국가 천년 대계의 프로젝트로 제안하는 바이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시작하듯, 천년대계 프로젝의 첫 몇 걸음을 생각해본다. 첫째, 정부안에 한민족 디아스포라네트워크 담당부서를 신설하여 천년대계프로젝트를 담당하게 하고 대통령이 비중있게 챙긴다. 다만 국제적인 이목을 고려하여 추진형태나 방식을 전략적으로 선택한다. 둘째로 이민을 장려하되 원하는 모든 한민족 이민자들에게 이중 국적을 부여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더 이상 내국인 기득권을 주장하느라 이민자들을 배척하는 단견에서 탈피해야 한다.
셋째로 국내 교육기관들을 과감히 개방하여 이민자 2~3세들이 한민족 문화를 체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적극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제주 영어교육도시를 더 확충하고 한국문화프로그램을 강화하면서 이민 2-3세들의 접근성을 극대화하여 제주를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국내 접촉점으로 활용한다. 넷째로, 경제운영의 패러다임을 경제적 평등에서 경제적 수월성 추구로 대전환하여 세계 일류경제를 지향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의 정치에는 왜 배려나 아량이라고는 없는 투쟁의 정치만 난무하는가? 왜 사회는 점점 착한 사람은 없고 분쟁과 남에 대한 폄하에 능한 자들만이 활개치고, 남을 인정하고 배려하기를 거부하는 척박하고 삭막한 사회로 내달리고 있는가? 서로 남의 흠은 탓하나 내 흠은 볼 줄 모르는 외눈박이 사회가 되어 가는가? 내가 못사는 것이 사회 탓이라 하여 끝없이 가진 자들을 폄하하고, 심지어는 남의 재산을 강제로 몰수라도 할 듯이 다 못살아도 평등하면 좋다면서도 자기자식과 자신들은 가진 자가 되기에 혈안인 외눈박이들도 많다.
최근의 세월호 사태를 보는 시각들도 외눈박이 시각에서 못 벋어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내가 옳으면 남은 반드시 틀린 것이라 그 얘기는 들을 필요가 없다는 도그마가 팽배하고 있다. 눈을 한반도로 돌려 남북관계를 생각해보자. 21세기 최첨단 지식사회, 통합과 개방의 시대, 세계 어디에 아직까지 이런 적대적 단일민족 분단국가가 존재하는가? 협력과 통일을 얘기하면서도 서로의 처지를 차분히 들여다보고 상생과 시너지창출의 길을 찾는 노력보다도 서를 폄하하고 밖에다 대고, 혹은 주변 4강에다 대고 내가 더 좋은 나라이니 내편이 되어달라는 구태의연한 외눈박이식 국제인기경쟁에 몰두해온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을 지우기도 어렵다.
우리는 북한보다 수십 배는 잘산다면서도 이에 걸 맞는 아량은 가진 것이지도 궁금하지만, 북한은 도와달라기는 하면서도 도와주는 사람의 채면을 그렇게 무시해도 된다는 것인지 이해 못할 일이다. 도대체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어디인가? 필자는 감히 이 모든 문제의 첫 출발이 바로 한반도라는 좁고 특이한 그리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 가장 높은 인구밀도 속에서 옹색하게 살아온 우리의 자연환경과 역사와 문화 등을 포함한 인류학적 환경에 연유한다고 생각한다.
인간과 그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사회와 경제는 바로 사회의 지리적, 문화·역사적, 정치·경제 제도적 환경의 산물이다. 항상 새로운 지평을 향해 두 눈을 부릅뜨고 대평원을 질주하던 기마민족이 오늘날 외눈박이 왜소한 스케일로 축소정형화된 것이야 말로 바로 반도의 영향임을 부인할 수 없지 않겠는가.
한민족의 외눈박이 축소형은 바로 사회생물학 혹은 문화인류학적 표현을 빌린다면 타고난 유전형(genotype)이라기보다는 한반도의 영향 하에서 형성된 확장된 표현형(extended phenotype)에 가깝다는 말이다. 사정이 이렇다하면 그 해법은 바로 한반도를 전진기지로 삼아 전 세계로 나가 세계를 경영하는 “세계민족”으로 탈바꿈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 동안의 장기저성장에서 오는 실물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최근, 세월호 사태로 침체된 사회를 일신하기 위해서도 이제 새로운 비전으로 한민족의 밝은 미래를 그려나갈 천년대계 프로젝트에 정부는 물론 강호제현의 동참을 기대해 본다. 한반도를 벗어나 세계국가를 지향해야 한국의 향후 5000년, 더 밝은 미래가 열릴 것이다. /좌승희 미디어펜 회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