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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발전단가·지역특성 고려치 않고 탈원전 주장, 문제있다

2018-04-11 14:45 | 나광호 기자 | n0430@naver.com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미국과 영국에서 원자력발전소의 발전단가가 오는 2022년 태양광의 1.5배로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발표됐지만 이들 국가는 한국과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서 단순 수치비교를 통해 탈원전을 주장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미국 및 유럽과 반대로 원전의 발전단가가 낮고 재생에너지는 높아 이들 국가의 수치를 가지고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문제있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원전의 발전기 전기출력(1KWe)당 건설비는 2021달러인 반면, 미국과 영국의 건설비는 각각 4100달러와 6070달러로 한국의 2배 이상이며, 프랑스와 일본 역시 한국 대비 5067달러와 3883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발전용량 2.8GW 규모 신고리 5·6호기 건설에는 8조원이 소요된 반면, 미 보글 원전 3·4호기는 발전용량이 0.4GW 적지만 건설에 32조원이나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기간 비계획적인 사건으로 인한 전력손실량을 측정한 비계획발전손실률(UCL)을 비교해도 한국 원전의 '가성비'가 우수하다는 것을 알 수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 원전의 연평균 UCL은 1.0%로, 3.4%를 기록한 세계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각각 5.7%·4.6%를 기록한 프랑스 및 캐나다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태양광 패널(왼쪽)·부안 풍력발전기./사진=한화큐셀·미디어펜DB



그러나 태양광 발전단가의 경우 한국은 MWh당 101.9달러로 미국(53.5)의 2배 가량 높았으며, 육상풍력의 경우 미국(32.7달러)의 3배 가량 높은 111.6달러를 기록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한국이 미국 및 유럽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에 대해 △발전효율 △부지가격 △기술력 등이 차이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태양광발전의 경우 미국의 일조량이 국내의 1.5배에 달하는 등 일조량이 풍부하며 캘리포니아와 하와이를 비롯해 대규모 패널을 설치할 수 있는 곳에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태양광 발전단가가 낮다고 설명했다.

풍속도 국내는 독일·덴마크 등의 국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발전효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단위면적당 지가가 미국 및 유럽에 비해 높아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비가 높게 나오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국내의 경우 꾸준한 원전 건설을 통해 관련 산업경쟁력이 유지·발전됐지만, 미국은 30년 가까이 원전을 건설하지 않으면서 부품 산업을 비롯한 밸류체인이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형 신형원전 'APR 1400' 모형도/사진=한국수력원자력



'원전 종주국'으로 불리는 영국과 2011년 기준 세계 원전의 25%를 건설한 프랑스 역시 역시 기술력 저하로 외국 업체에게 건설을 맡기는 상황이 됐다.

2022년 미국 원전의 발전단가가 태양광의 1.5배라는 주장도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보고서에서 세금감면을 포함한 금액과 포함하지 않은 금액 중 후자를 택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 신형 원전의 경우 자본비용·고정비·변동비(연료비)·송전비용 등을 합하면 99.1달러가 나오고 태양광과 풍력은 각각 66.8달러와 52.2달러가 나온다. 그러나 이는 세금감면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이를 제외할 경우 각각 85.0달러와 63.7달러로 올라 원전이 태양광의 1.16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에너지정책을 수립할 때는 과학성과 경제성 및 환경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각각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필요한 자료를 취사선택해서 주장의 근거로 활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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