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2000년도 들어 2007년까지 국책사업으로 추진했던 공항이 모두 '유령공항'이 된 상황에서 새만금 신공항이 과연 성공할까요? 국제공항으로 키울 만큼의 성장성이 없는 지역에 수 천억원의 혈세를 투입해 공항을 만든다고 하니 그저 답답할 따름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새만금 신공항 후보지로 군산공항이 유력하다는 결과를 발표하자 항공업계 한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이슈로 얼어붙은 지역민심 달래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왔다. 국토부는 새만금 신공항 수요조사 결과 국내선·국제선을 종합해 2025년 기준 67만명, 2055년 연간 133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보고있다.
군산시 옥서면 선연리에 위치한 군산공항 /사진=한국공항공사
국토부의 이같은 발표에 문득 ‘선거철이 가까워졌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을 흔드는 지역 이슈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신공항 만큼이나 자주 등장했던 이슈도 없었던 것 같다. 지난 10년간 ‘부산 가덕이냐 경남 밀양이냐’를 놓고 부산시와 경상남도 등 5개 광역 자치단체들은 지리멸렬한 입지 정쟁을 벌인 것만 봐도 그렇다.
다만 여기서 생각해 봐야할 점은 공항 유치 이후의 상황이다. 실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정치적 논리로 생겨난 지방공항 10여곳 중 대다수는 '적자'이거나 개항조차 못하고 있다. 2002년 설립한 양양국제공항(연간300만명 예상)은 3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세웠지만 현재 정기노선 없이 50인승 여객기만 겨우 오가는 실정이다. 기존에 있던 속초공항과 강릉공항을 폐쇄시키면서 수요를 끌어모았지만 속초공항 수요(43만명)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2003년 설립된 울진공항도 항공사들의 취항 거부로 개항하지 못한 채 현재 조종훈련원(비행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2007년 개항한 무안공항도 꾸준한 수요가 없어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다. 2005년 새만금 지역에 개항하려다 무산된 김제공항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공항을 짓고자 480억원에 산 이 부지는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공사를 중단했다. 결국 양양공항부터 무안공항까지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했던 신공항들이 모두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또 새만금 신공항 카드를 꺼내들었다. 신공항이 들어서는 2025년에 67만명, 2055년 133만명의 여객 수요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말을 종합하면 신공항이 들어설 군산지역의 배후도시 수요는 영 시원찮은 탓에 국제공항으로서 성장가능성이 부족하다. 또 KTX나 공항 리무진 등 대체 교통수단의 발달로 군산에서 인천공항까지 2시간 정도면 오갈 수 있는 상황이어서 신공항이 생겨나도 얼마만큼의 여객을 흡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신공항 취재차 만난 군산지역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새만금 신공항 성공에 대한 믿음도 없어 보인다. 전북도 시민들은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해도 5~7년 후인데, 정권이 바뀌면 또 누군가가 신공항 이슈를 던지고 판을 뒤엎을지 모른다”고들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래 왔으니, 이들이 신공항을 논하는 이를 ‘양치기 소년’으로 보지 않는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상황이 이러니 일각에서는 "차라리 성장가능성을 입증한 김포공항이나 김해신공항을 확장하는 편이 낫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신공항 수요예측조사를 두고 과연 믿을만한 사업인지, 나아가 국책사업으로서도 적합한지 의문부호가 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초 여객 처리능력이 각각 519만명, 300만명으로 예상됐던 무안·양양공항이 '유령공항'으로 전락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공항을 다 지어놓고도 항공사들의 운항 거부로 개항에 실패한 울진공항 사례도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면밀한 경제성 분석과 수요 예측 없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 두 개씩 지역에 나눠주듯 공항을 세우는 과오를 또다시 범하지 않길 바란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