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경북 성주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건설 장비를 반입하려던 국방부와 이를 반대하는 단체 및 주민들이 충돌해 부상자가 속출한 가운데 기지에 고립된 군장병들의 열악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가 지난해 11월 이후 자재 반입을 막아 환경개선 공사는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정부는 사드 기지 운영과정에서 필요한 장비와 자재를 반입할 때마다 이를 일일이 반대 시위대에게 사전 통보하고 그들과의 합의를 통해 자재 반입·반출을 시행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12일 이에 대해 "지역 주민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공사를 강행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미리 알렸다"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100~150명에 달하는 반대 시위대를 통제하지 못하고 장병들의 열악한 생활환경과 사드의 최종 배치에 대해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날 사드 반대단체와 일부 주민들은 군 당국이 사드 발사대에 대한 받침대 공사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공사 장비와 자재 반입 자체를 반대했고, 국방부는 오는 주말까지 장비를 반입하지 않고 16일 이들과 재논의하기로 했다.
국방부가 지난해 사드 기지에 들어갔던 노후 장비만 빼내는 조건으로 시위대가 봉쇄를 푼 것이다.
군은 이날 오후 트레일러 12대를 기지로 들여보내, 시위대에 막혀 공사 인력과 자재를 투입하지 못해 녹이 슨 채 방치된 굴착기 등 기존 공사 장비들을 실어 반출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장병 생활여건 개선에 필요한 부분만 들어가려는 것"이라며 "기지에 주둔 중인 장병들 생활여건이 매우 열악하고 공사를 더 미루기 어렵다"고 전했다.
최 대변인은 "오폐수 처리와 위생시설도 문제있고 지붕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공사의 시급한 실정을 설명했지만, 결국 이날 계획됐던 조리시설·화장실 오폐수 처리설비·숙소·지붕누수 등 시설개선 공사를 위한 모래·자갈 등 관련 장비와 골재류 일체가 반입되지 못했다.
사드 기지에는 우리 군 경비병력 270여 명을 비롯해 한미 장병 400여 명이 주둔하고 있다.
경북 성주 주한미군 사드 기지에 건설 장비를 반입하려던 국방부와 이를 반대하는 단체 및 주민들이 12일 충돌해 부상자가 속출했다./사진=연합뉴스
주한미군은 헬기로 물자를 공수하고 있는 실정이고, 장병 모두 골프장 클럽하우스를 생활관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조리시설이 없어 주로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때우고 변기도 대부분 고장나 오폐수가 넘치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최근 반대단체가 사드 기지에서 진행될 공사를 감시할 사람 1명을 들여보내 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주한미군이 보안상 문제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 해당 사안은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공사 장비를 반입하더라도 장병 생활여건 개선을 위한 장비만 반입하고 사드 최종 배치를 위한 장비는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끝날 때까지 반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위대를 최대한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사드 임시배치를 위한 공사가 장기화되면서 일반환경영향평가 후 가능한 최종배치가 사실상 힘들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사드 부지 전체 공여면적 70만㎡를 기준으로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라고 지시하면서 "1년 이상 소요되는 일반환경영향평가 기간 동안 사드는 임시배치이고 영향평가 결과가 나온 뒤 최종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한미 군 당국은 일반환경영향평가를 마친 후 탄약고 등 시설공사에 들어갈 방침이지만, 주한미군이 사업계획서를 완성하지 못해 일반환경영향평가도 시작하지 못했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미군들은 공권력이 아닌 민간인들이 부대 앞에서 검문하며 출입을 통제하는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시위대 측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물과 식량의 기지 반입을 허용한다"며 "사드의 한반도 영구 주둔을 의미하기 때문에 완전가동에 필요한 공사를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성주 기지에 근무 중인 미군은 2주, 한국군은 4~5개월마다 교대되는 가운데 정부의 사드 배치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반대 측의 조직적 시위에 대한 공권력이 실종된 현재의 대치 상황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