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넥스틸이 유정용강관(OCTG)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75.81%의 반덤핑관세를 받았지만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연이은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비해 지난해부터 유정용강관의 수출 비중을 줄여 와 타격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유정용강관에 대한 반덤핑관세 연례 재심 최종 판정을 통해 한국산 OCTG(유정용강관)에 대해 최대 75.81%에 이르는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넥스틸에 75.81%, 세아제강 및 기타 기업에게는 6.75%의 관세를 적용했다.
넥스틸은 그동안 유정용강관 대미 수출 순위에서 1~2위를 달려오던 업체다. 이번 조치로 향후 수출에 일정 부분 타격이 예상되지만 큰 영향은 없을 거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넥스틸 관계자는 "지난해 4월 1차 연도(2014~2015년) 연례재심 최종 판결 당시 미 상무부로부터 24.92%의 덤핑마진율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체질 개선을 실시했다"며 "유정용강관의 매출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송유관이나 스탠다드, 기타 강관 등의 비중을 늘렸다"고 말했다.
넥스틸이 다른 강관 업체에 비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받은 이유는 '불가용정보(AFA·Adverse Facts Available) 규정'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수출 기업이 자국의 정보 제공 요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징벌적 관세 부과 조치인 AFA 조항을 적용해 고율의 덤핑 마진을 산정하기도 한다. 수출 기업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자료 등을 적용해 관세를 높게 책정하는 것이다.
이 제도의 문제는 미국이 사전부터 고관세를 물리려고 하는 경우 작은 문제 하나에도 AFA 적용을 실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미 상무부는 넥스틸이 제출한 감사보고서의 단어 번역 오류 등을 지적하며 AFA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료 작성 번역기관이 '미 세관 관세 담보'라는 표현을 번역하면서 '미 세관(U.S. Customs)'이라는 단어를 빼고 'tariff mortgage(관세 담보)'라고만 기재한 점에 대해 '조사 방해'로 판단한 것이다.
미국의 지적에 대해 넥스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 또한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미국이 작정하고 AFA를 적용하려는 경우 작은 흠에도 트집을 잡는 사례가 많아 기업들로선 속수무책이다"면서 "넥스틸 사례 외에도 최근 미국은 자국 내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AFA 적용을 남발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반덤핑 조사 횟수와 AFA 적용 기업 수를 크게 늘리는 추세다.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반덤핑 조사개시 건수는 54건으로 10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AFA 적용 기업수 또한 2016년 29건에 그쳤던 게 2017년 40곳까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넥스틸은 이번 결과에 대해 향후 상급법원인 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할 뜻을 밝혔다. 이 경우 재판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1년 이상이 걸려 단기간으론 뾰족한 대응책이 되지 못할 전망이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