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사임하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책임론이 거세게 대두되고 있다.
김 전 원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5000만원 후원’ 논란이었지만 민정수석실은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위법 판단이 나올 때까지 “인사 검증에 따르면 해임에 이를 정도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김 원장이 국회의원 임기 말 자신이 속한 ‘더좋은미래’에 5000만원의 셀프 후원을 한 것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관위는 또 피감기관 예산 출장도 경우에 따라 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 인사검증을 맡은 조국 민정수석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지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7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원장 건은 민정수석이 책임져야 할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은 없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두차례나 김 원장을 검증한고도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청와대는 현재로선 조 수석을 징폐 차원으로 인사 조치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전 원장이 자진신고해 선관위에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니 김 전 원장은 클리어된 것으로 생각했고, 설문지 항목에도 자진 신고했고, 민정수석실에서도 선관위에 신고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피감기관 예산 출장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선관위의 판단으로 이 같은 출장이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지 다 그렇다는(위법이라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김 원장 건과 관련해 청와대 회의에서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그는 “문 대통령도 변호사인데 민정이 누를 끼쳤는지 아닌지, 그렇게(문제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든지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도 또 다른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중앙선관위 발표 뒤 김 전 원장이 사의를 표하자 문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도 왜 민정수석실에서 김 전 원장의 위법 의혹을 판단하지 못했냐는 질문에 “민정수석실의 검증 항목에 없었다”는 다소 궁색한 답을 내놨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전 원장에 대한 검증이 검증 "민정수석실 측을 통해 (해당 의혹이 빠진 이유를) 확인했다"며 "잔여 정치자금 처리에 대한 항목이 민정수석실의 설문지에는 없었기 때문에 김 전 원장이 따로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는 "2016년 김 전 원장이 선관위에 잔여 정치자금과 관련한 질문을 했는데, 선관위에는 ‘종전의 관례상...’이라는 취지로 답을 했고 이 때문에 김 전 원장은 해당 사안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도 덧붙였다.
중앙선관위는 김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결론에 대해 “국회의원이 시민단체 등의 구성원으로서 종전의 범위 안에서 회비를 납부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지 않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같은 법 113조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전 원장은 19대 국회의원으로 재직할 당시에도 연구소 기부와 관련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중앙선관위의 답변을 받은 바 있다. 김 전 원장은 더좋은미래 창립 당시 1000만원을 내고, 이후 매달 20만원 씩의 회비를 냈었다. 그런데 2016년 5월에는 한번에 5000만원의 돈을 더좋은미래 측에 제공한 바 있다.
지난 13일 문 대통령이 김 전 원장에 대해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면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중앙선관위에 김 전 원장에 대한 위법 판단을 의뢰했고, 16일 저녁 선관위의 ‘공직선거법 위반’ 판단이 나오자마자 김 전 원장은 사표를 냈다.
김 전 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대통령에게 누를 끼친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면서도 “(중앙선관위 판단 결과는)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의 상황의 배경과 의도가 무엇인지 국민 판단에 맡기겠다”고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17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사퇴한 것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조국 민정수석의 사퇴를 요구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 원장 사퇴는 인과응보이자 사필귀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김기식 파동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은 조국 민정수석”이라며 “그럼에도 ‘검증 동의서에 잔여 정치자금 항목이 있네, 없네’ ‘해외출장은 적법’ 운운하는 구차한 모습을 보니 권력이 좋긴 좋은가 보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