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지상파 3사, 종합편성채널 4사, 케이블 2사의 TV 예능·오락 프로그램이 여전히 남성중심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YWCA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함께 3월 예능·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양성평등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예능·오락 프로그램 속 성차별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서울YWCA는 예능·오락 프로그램 속 성차별적 사례를 분석하기 위해 2018년 3월 1일부터 3월 7일까지 지상파 3사, 종합편성채널 4사, 케이블 2사의 33개 예능·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3월 예능·오락 프로그램 출연자 성비 분석 결과, 남성 출연자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성비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출연자의 64.6%(256명)가 남성으로, 35.4%(140명)인 여성보다 2배가량 많았다. 이 결과는 전년도 3월, 7월에 실시된 모니터링 결과와도 동일하다. 특히 프로그램 주진행자의 경우 남성(83.8%)이 여성(16.2%)보다 5배가량이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KBS2 '1박 2일'(3월 4일 방영). /사진=서울YWCA 제공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3월 4일 방영). /사진=서울YWCA 제공
KBS '1박 2일', JTBC '뭉쳐야 뜬다', 채널A '도시어부',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의 프로그램에는 해당 회차에 여성이 한 명도 출연하지 않았다.
3월 예능·오락프로그램에서 드러난 성차별적 내용은 56건으로 성평등적 내용 7건에 비해 8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성차별적 내용은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내용(50%)이 가장 많았으며 외모지상주의조장(16.1%), 여성의 주체성 무시(12.5%)가 뒤를 이었다.
가족 단위의 시청자들이 많은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성역할에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장면이 문제의식 없이 송출되고 있으며 특히 자막을 통해 성역할 고정관념을 부추기거나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등 편집자의 성평등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드러났다.
KBS2 '1박 2일'에서는 출연자 차태현이 텐트를 치는 장면에서 '홀로 어딘가로 걸어가는 한 사나이. 그는 한 집안의 가장이다', '애만 셋', '차 가장은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라는 자막을 통해 남성 역할을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역할로 고착시키고 전통적 가부장제 속의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였다.
동일 방송사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출연자 이동국은 어린 아이인 시안이와 승재에게 "남자는 운동하면서 친해지는 거야.", "남자끼리는 뭔가 따로 인사하는 거야."라고 말하며 남성임을 강조하고 남성성을 주입시키는 장면이 등장했다. 이 때 '사나이 우정의 상징'이라는 자막 역시 출연자의 고정관념에 동조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MBN '속풀이쇼 동치미'에서 출연자 이휘재는 "적어도 브런치 모임이 있는 한 정부가 어떠한 부동산·교육 정책을 내놔도 성공할 수 없어요. 정책이 발표되면 바로 다음 날 브런치 모임을 갖고 작전을 설계해서 단합행동을 해요. 여자 3명 이상 모인 브런치 모임을 단속해야 해요."라는 말로 여성에 대한 왜곡된 고정관념을 조장했다.
여성 출연자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여성들의 외모를 평가하며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내용도 다수 발견되었다.
KBS2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 코너에서 여성 출연자 오나미의 얼굴을 '사람이 아니다'라고 표현하며 여성 개그맨의 외모를 비하하는 개그소재를 이용했다.
tvN의 '코미디 빅리그'의 오지라퍼 코너에서는 "예쁜 것 같다 하는 분들은 앞으로 앉아 주시고, 난 좀 아닌 것 같다 하는 분들은 뒤로 자리를 좀 바꾸는 시간을 갖겠습니다."라고 발언을 통해 방청객의 외모를 평가의 대상으로 삼고 조롱, 폄하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서울YWCA는 모니터링결과를 통해 "성평등한 예능·오락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제작자의 성평등 감수성 교육과 프로그램 심의·규제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여성 제작자, 연출자, 출연자들의 비중을 높여 남성중심적 판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시청자들의 꾸준한 요구와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