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6.13 지방선거가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지선에 출마하는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홍준표 거리두기'에 나섰다.
후보들로선 당 대표가 격전지를 돌며 하는 지원사격을 통상 바라게 돼 있지만, 홍 대표의 경우 오히려 내려오는 것이 오히려 부담이 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홍 대표가 특유의 독설로 '막말 논란'을 빚은 데 이어 남북정상회담 직후 판문점 선언을 '위장평화쇼'로 깎아내리며, 여론과 동떨어진 비난 일변도로 나가면서 부담감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경남지사 후보인 김태호 전 지사의 경우가 단적인 사례다. 당 로고와 당명이 표기돼 있지 않은 점퍼를 입고 선거현장을 누비고 있다. 옷 색깔만 한국당을 상징하는 빨간 색이다.
홍 대표가 정치적 터전으로 삼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대구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한 의원은 "대구는 중앙당의 도움과 상관없이 우리 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며 홍 대표의 도움이 절실하지 않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그러면서 "지역 내 홍 대표의 '신중한 언행'을 주문하는 일부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나마 텃밭인 TK(대구‧경북)‧PK(부산‧경남) 지역을 벗어나면 홍 대표를 부담스러워 하는 기류는 더욱 거세진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홍 대표가 여론을 잘못 읽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27일 조사한 결과, '북한의 의지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64.7%로, '믿지 않는다'(28.3%)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안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급기야 김 후보와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등은 남북회담 평가를 놓고 홍 대표와 충돌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대표의 '위장 평화쇼' 발언에 대해 "너무 나갔다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유 후보의 경우 당 지도부의 남북대화 비판론을 겨냥해 "국민의 목소리로 말하라"며 사실상 홍 대표를 겨냥했다. 홍 대표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반응하는 등 후보들과 갈등 기류가 생겨나는 모양새다.
특히 자유한국당 후보로 재선에 도전하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일 당의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는 슬로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한국당 선거 슬로건을 다시 만들자"고 제안했다.
남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의 슬로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 슬로건은 함의를 떠나 국민의 보편적 인식과 거리가 멀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당은 지난달 25일 이번 6·13 지방선거에 사용할 슬로건을 공개했으나, 이를 두고 '전형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이라는 당 안팎의 비판이 이어져 온 바 있다.
이에 대해 남 지사는 "지금 국민은 과연 보수가 뼈를 깎는 자기혁신을 통해 균형 잡힌 시대정신을 구현할 능력이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며 "보수는 여기에 분명히 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홍 대표도 쉽게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는 부산지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반발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도 그걸(남북회담 결과를) 부화뇌동해야 그 표가 우리한테 온다고 생각하느냐. 남북회담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당이 우리밖에 더 있느냐"고 되물었다.
위장된 평화전략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면서, 정상회담을 긍정하는 방식이 효율적인 선거전략이 아니라는 주장이기도 하다.
지방선거 후보자들과 홍 대표 간 내분 양상이 점차 불거지자, 이 같은 갈등이 선거 직후 책임론을 염두에 둔 차기 당권싸움 아니냐는 관측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한때 당내 중진 의원들이 홍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리더십을 문제 삼았던 것처럼 후보자들 역시 선거 이후 국면을 미리 준비해 명분을 쌓고 있다는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사진=자유한국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