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벼랑 끝에서 경영정상화에 나선 한국지엠이 3달 연속 전년 동기대비 절반수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고 있어 소비자 신뢰회복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한국지엠은 판매 회복을 위해 파격적이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해왔다. 또 신차투입을 통해 등 돌린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소비자들의 신뢰회복을 먼저 달성했을 때 실적으로 드러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지난 4월 26일 오후 한국지엠 부평 본사에서 열린 2018년 한국지엠 임단협 조인식에서 카허 카젬(Kaher Kazem) 한국지엠 사장(사진 오른쪽)과 임한택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 지부장(사진 왼쪽)이 임단협 타결을 기념해 악수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3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지난달 전년 동기(1만1751대)대비 절반수준도 못 미치는 5378대 판매를 기록했다.
이는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 철수우려에 따른 여파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불안한 회사의 차량을 소비자들이 쉽게 선택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한국지엠은 이 같은 아픈 경험을 한 바 있다.
당시 대우자동차가 주인을 잃고 방황하던 시절 차량의 A/S문제로 소비자들이 한참 불편함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과거와 같은 피해가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실적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과거 대우차가 GM에 인수되기 직전 간단한 수리에도 1달 이상의 기간이 걸렸다는 주변의 경험담을 쉽게 들을 수 있다. 부품수급의 문제로 발생한 이 같은 피해가 이번에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이 때문에 나왔다.
이런 주변의 경험담은 차량구매를 고려하는 고객들에게는 구매 차량을 다시생각하게 하는 큰 걸림돌로 작용했고, 군산공장의 폐쇄가 결정되면서 민심을 잃은 것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군산시의 생산능력의 30% 가량을 차지했던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폐쇄되며 지역민심과 함께 국민의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말리부 조립 라인에서 직원들이 차량을 검수하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이후에는 유동성의 문제로 비용절감을 목표로 이뤄진 올해 임단협에서 노사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오랜 시간을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갈등을 빚으며 제대로 된 회사운영이 불가능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지엠의 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는 한국철수까지 염두 한다며 강력한 태도로 일관했고 이런 소식이 소비자들에게까지 전해지며 곧 사라질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줬고 판매실적에 고스라니 반영됐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임단협 중간에도 특별 프로모션 등을 진행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결국 전년과 비교해 절반이하로 줄어든 판매로 실적은 최악으로 치달았고, 결국 국내 완성차 다섯 곳 중 3위 자리를 내주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회사의 내부문제가 해결해나가고 있고 본격적인 신차출시와 판매신장을 위한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5월 한 달 동안 보증 기간 연장, 현금 할인 강화 등을 집중적으로 펼친다.
5월 중 '말리부'나 '트랙스'를 구매하는 고객에겐 보증 기간을 늘려 7년, 14만㎞까지 보증 서비스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쉐보레 엠버서더 프로그램'을 통해 200명의 고객을 선정해 두 달간 다양한 이벤트와 시승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고객 100명에겐 2개월간 스파크, 말리부, 트랙스, 볼트 EV, 카마로 등을 시승차로 제공한다.
현금 할인도 강화한다. 5월 중 스파크를 구입하면 100만원, 말리부·트랙스를 구입하면 150만원, 크루즈를 구입하면 최대 400만원을 현금 할인해 준다. 임팔라·캡티바·올란도 구매 고객도 300만~400만원의 현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SUV 에퀴녹스가 임단협 타결 후 이쿼녹스라는 이름으로 한국지엠의 첫 신차로 출시된다. /사진=쉐보레
또 조만간 에퀴녹스로 해외사장의 베스트셀링 SUV모델을 이쿼녹스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소개한다. 이 밖에도 신차를 투입해 신차효과를 통한 판매 증대를 기획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이 같은 활동을 통해 국내시장공략을 공식화 하고 회사 경영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다 할 전망이다. 더욱이 제품에 대한 장점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한국지엠인 만큼 향후 국내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데일 설리번 한국지엠 부사장은 지난 2일 "회사 안팎의 지원을 바탕으로 경영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내수 영업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의 제품은 충분히 국내에서 인정받을 만큼 훌륭한 차량이 많이 있다"며 "고객의 신뢰 회복을 통해 믿음을 심어 준다면 충분히 3위 재탈환은 가능 할 것이고 앞으로 국내시장에서 1·2위 업체를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이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