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현대·기아차가 2분기 판매목표를 전년 동기대비 두 자릿수 증가로 상향 조정했다. 해외법인들이 일제히 실적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기아차는 그동안의 부진에서 벗어나 상반기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7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열린 주요 해외법인별 업무보고에서 1분기 판매실적 결산 및 2분기 실적 전망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현대·기아차는 지난 1분기 169만여대 판매로 전년 대비 1% 감소를 기록했으나 2분기에는 △현대차가 120만여대 △기아차가 74만여대 등 △총 194만여대로 전년 대비 약 10% 이상 큰 폭의 성장을 달성하고 상반기 중으로는 약 5% 증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기아차가 2분기 전망치대로 10%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게 되면 이는 분기 실적 기준으로 2012년 1분기 14.6% 증가를 기록한 이래 6년여 만에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같은 현대·기아차의 2분기 10%대 성장 가능성은 지난 4월 판매 증가를 통해 이미 나타났다.
지난달 월간 판매에서 현대·기아차는 국내외 판매가 모두 늘어나며 세계 시장에서 전년 대비 10.4% 증가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달 선전을 바탕으로 연간 누계 판매에서도 1분기까지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며 플러스 성장(전년 1~4월 대비 1.9% 증가)으로 돌아섰다. 최근 국내외에 출시한 신차가 각 시장에서 뛰어난 상품성을 인정받은 결과다.
이러한 효과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연간 판매는 지난 2년 간의 역성장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기아차의 주요 지역별 2분기 판매 전망은 △국내에서 전년 동월대비 1% 증가한 31만9000여대 △중국에서 103% 증가한 32만2000여대 △러시아에서 10% 증가한 10만여대 △브라질에서 전년 대비 16% 증가한 5만1000여대 △인도에서 전년 대비 9% 증가한 13만6000여대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최근 출시된 현대차 신형 싼타페, 기아차 신형 K3 등 대표적인 볼륨 차종을 비롯해 기아차의 새로운 플래그십 세단 신형 K9, 신형 벨로스터(고성능 N모델 포함) 등 신차의 판매 확대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3월 출시된 신형 싼타페는 사전 계약에서 불과 8영업일 만에 1만4000대를 넘어서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3월 1만3076대, 4월 1만1837대로 두 달 연속 1만대 이상 판매되며 현대차의 국내 판매를 이끌고 있다.
기아차의 준중형 세단 신형 K3 역시 차세대 파워트레인 탑재를 통한 연비와 주행성능 향상, 역동적이고 세련된 디자인 등으로 최근 급격하게 침체된 국내 준중형 세단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아차 신형 K9 역시 출시 첫해인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월간 판매 1000대를 넘어서며 플래그십 세단의 입지를 다시 다지고 있고 지난해 현대차 제네시스 브랜드와 기아차가 국내 시장에 처음 선보인 고급 스포츠 세단인 G70, 스팅어 등도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도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각 지역별 특성에 맞춘 전략형 신차 투입을 대거 진행 및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101.9%)의 성장을 기록하며 반등을 기록한 중국 시장에서는 최근 출시된 신형 소형 세단(위에나, 레이나, 신형 K2)의 판매를 확대하고 중국 전략 소형 SUV인 엔씨노와 준중형 SUV 즈파오(중국형 스포티지)를 앞세워 2분기에는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2분기 100% 이상 성장(약 32만대), 상반기 중 30% 이상(약 57만대), 연간 18% 이상 성장(약 135만대)을 달성할 계획이다.
지난달 각각 4836대, 4385대로 좋은 출발을 알린 즈파오와 엔씨노의 올해 판매 목표는 각각 4만8000대와 4만대로 초반 붐 조성과 적극적인 신차 홍보 활동을 통해 목표치 이상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외에도 최근 베이징모터쇼를 통해 선보인 기아차의 소형 SUV 이파오, 현대차의 준중형 스포츠 세단 라페스타 등을 하반기에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며,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배기가스 규제에 발맞춰 쏘나타와 K5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KX3 EV 등 친환경차도 하반기부터 본격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외에도 러시아, 브라질, 인도, 멕시코 등 현지 생산공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시장공략을 진행하고 있는 지역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겠다는 복안이며, 중남미, 아시아태평양(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도 2분기 중으로 두자릿수 이상의 판매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러시아 시장에서 지난 1분기의 상승세를 몰아 2분기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10만대 이상을 판매하고,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17% 증가한 18만8000여대를 판매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기업인연합회(AEB)의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올해 1분기 총 39만2920대가 판매돼 전년 대비 21.7%의 급성장을 기록했으며, 기아차는 5만2201대, 현대차는 3만8891대로 각각 40%, 28%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은 현대·기아차가 각각 13.3%, 10.0%를 기록해 2위와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러시아에서 월드컵 이벤트와 정부의 내수진작 정책을 적극 활용, 쏠라리스, 리오, 투싼, 스포티지 등 인기 차종의 스페셜 에디션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며, 하반기에 기아차는 유럽에서 인기 모델로 자리잡은 신형 씨드를 투입할 예정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도 지난달 출시한 G70을 통해 제네시스 라인업을 완성했으며, 지난 1분기 목표치 이상을 달성한 여세를 몰아 상반기부터 제네시스의 판매 확대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현지 생산공장을 갖춘 브라질과 인도에서 최근 산업수요가 크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 상황과 월드컵 분위기를 적극 활용해 HB20 스페셜 에디션 모델과 크레타 상품성 개선 모델 등을 추가로 투입해 전년 대비 두자릿수 증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2분기 브라질과 인도에서 각각 16%, 9% 가량 증가한 5만1000여대, 13만6000여대를 판매할 계획이며, 상반기에는 브라질에서 10% 증가한 9만5000여대, 인도에서 8% 증가한 27만 4000여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중남미 시장에서는 기아차의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는 신형 K2, 신형 엑센트 등 중남미 시장 인기 차종의 공급을 늘려 판매를 확대할 예정이며, SUV 시장 확대에 발맞춰 최근 출시된 쏘렌토 상품성 개선 모델, 코나 등을 신규로 투입할 예정이다.
서유럽에서는 2분기부터 성장세 둔화가 예상되지만 1분기의 상승세를 몰아 상반기에 전년 대비 2% 증가한 53만5000여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코나와 스토닉 등 소형 SUV와 성공적으로 유럽 현지 시장에 안착하고 있는 N브랜드 모델(i30N)의 판매를 꾸준히 늘리는 동시에 친환경차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아이오닉 일렉트릭, 니로 하이브리드의 판매 확대에 주력하고 코나 일렉트릭, 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전기차 넥쏘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 부진을 겪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는 올해 산업 수요가 전년 대비 1.8% 감소한 1693만대 수준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품성 개선 모델 출시와 함께 재고물량 조정을 통한 판매 프로세스 선순환과 수익성 향상에 주력해 2분기에는 감소폭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는 29만5000여대로 전년 대비 감소폭이 10%에 달했던 1분기와는 달리 2분기에는 33만3000여대를 판매해 감소폭을 1%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최근 런칭한 코나 인지도를 제고하는 한편 2분기 내에 신형 싼타페를 미국 공장에 투입하고 현재 판매되고 있는 구형 모델의 재고소진을 통해 신구형 모델을 포함 상반기 중으로 3만대 이상, 올해 10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아반떼와 투싼 페이스리프트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기아차는 스팅어의 인지도를 제고하고 스페셜 에디션 추가, 쏘렌토 및 K5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 등 신모델을 투입하고 신형 K3와 신형 쏘울 출시에 앞서 구형 재고물량 소진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같은 각 지역별 판매 확대 전망을 통해 올해 플러스 성장은 물론 연초에 잡았던 글로벌 판매 755만대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올 초 수립한 사업계획의 상향 조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업무보고 회의를 통해 현대·기아차의 2분기 실적 '턴 어라운드'가 기대되는 가운데 수직 계열화를 통해 완성차의 실적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과 기업가치도 재평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4월 호실적을 시작으로 2분기 실적 턴어라운드를 달성한다면 현대·기아차 주요 차종에 다양한 핵심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의 고부가가치 핵심부품 공급물량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