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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1년 산업⑥]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 숨 조이는 유통업계 규제들

2018-05-13 15:45 | 김영진 부장 | yjkim@mediapen.com

지난달 27일 오픈한 롯데몰 군산점 전경./사진=롯데쇼핑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유통업계가 급변하는 유통 환경 변화와 더욱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과 소비 부진, 여기에 각종 규제 강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쇼핑과 결제, 배송 등을 가장 접목하기 적합한 분야가 유통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 및 인공지능과 IT기술 등을 제대로 도입하기도 전에 각종 규제들로 발목이 묶였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픈한 롯데몰 군산점이 오픈하자마자 문을 닫을 위기에 몰렸다. 지역 소상공인 단체들과 상생합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일 롯데 측에 "영업을 일시 중단하라"라는 사업개시 일시 정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에서는 대표적인 2중 규제라고 보고 있다. 롯데쇼핑의 경우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해 정상적인 대규모점포 개설등록을 통해 오픈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공표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 의해 또 한번 규제를 받아야한다는 것은 대표적인 2중 규제라는 설명이다.

중기부는 롯데쇼핑이 상생합의 없이 영업을 지속하면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후 사업조정 권고 및 이행명령까지 거부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롯데 측은 대규모점포 등록 개설을 위해 2016년 12월 지역 상인들과 상생합의를 했다. 상생합의 결과는 20억원의 상생기금을 조성, 전북신용보증재단에 기증을 했고, 이 기금을 통해 100억원의 상생펀드가 조성됐다. 이 펀드는 군산시 소상공인들이 2%대의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이고, 총 68억원의 대출이 이루어졌다.

롯데몰 군산점 상생합의했는데 또 다시 3개 단체 나서 "260억원 내놔라"...2중 규제로 영업정지 위기

그런데 이 상생합의와 별도로 군산시 3개의 협동조합에서 중소기업벤처부에 사업조정신청이 접수된 것이다. 협동조합 측에서 개점 3년 연기 또는 260억원의 상생기금 조성의 요청이 있었다. 3개의 협동조합은 군산시 소상공인 협동조합, 군산시 의류 협동조합, 군산시 어패럴 협동조합이다.

이중 어패럴 협동조합은 이미 상생합의가 된 소상공인 협동조합에서 일부 탈퇴를 해서 만든 단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류협동조합도 보세의류를 취급하는 단체로 롯데몰 군산점과 중복되는 브랜드는 없다. 소상공인 협동조합 역시 이미 20억원으로 상생 합의를 했음에도 다시 사업조정신청을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260억원의 상생기금 조성은 과도한 금액이라고 보고 있다. 또 롯데쇼핑이 해당 단체들과 상생합의를 못했음에도 오픈을 강행한 것은 '군산 지역 발전'과 '일자리 창출' 때문이었다. 군산지역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이슈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몰 군산점이 사업조정신청이 들어와 상생합의를 못했음에도 오픈하게 된 배경은 개장이 지연되면 채용된 직원과 영업을 준비한 상인들의 피해가 크고, 고객들과의 오픈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필드 고양점 내부. /사진=신세계프라퍼티


실제 군산시는 고용재난지역으로 롯데쇼핑은 지난 3월 2일 고용노동부 군산지청의 요구로 채용박람회를 진행했다. 100여개의 브랜드가 참여했고, 행사 당일만 해도 3000여명이 몰려 1500여명이 입사 원서를 접수했다. 이 박람회를 통해 400여명이 채용됐다. 군산점은 상시근무인원 760명 중에 85%인 600명 정도가 지역주민들로 채용 됐는데, 이는 다른 지역 아울렛 보다 20~30%P 정도 높은 수준이다.

롯데쇼핑은 "롯데몰 군산점이 영업정지로 이어지게 되면 고객, 채용된 직원, 입점한 상인, 협력사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상인 측과 지속적인 상생협의를 진행해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군산점이 들어선 조촌동 일대에는 올해 안에 2200세대가 입주하고 2020년까지 6400세대가 입주할 예정이다. 소상공인들의 반발과는 달리 지역 주민들은 롯데몰 군산점이 생겨 쇼핑, 영화관, 대형서점 등을 이용할 수 있어 오히려 반기고 있다.

유통업 대표적인 일자리 창출 업종에도 인건비 인상과 소비 부진으로 고전...온라인·글로벌 경쟁에도 '대기업-소상공인' 프레임 여전  

올해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6.4%로 크게 인상된 것도 유통업계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는 부분이다. 유통업계는 대표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많이 하는 업종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2011년~2016년)간 일자리를 가장 많이 늘린 업체는 이마트였다. 이마트는 이 기간 종업원수를 1만5307명이나 늘렸다. 이어 현대자동차(9906명), 스타벅스커피코리아(6958명), CJ CGV(6525명), LG화학(5723명) 순으로 나타났다. 상위 5개사 가운데 유통업체가 3곳이나 됐다.

2016년 기준으로 1년 간 종업원을 가장 많이 늘린 기업은 CJ올리브네트웍스(CJ올리브영)로 4033명에 달했다. 롯데쇼핑은 3240명으로 2위를, 스타벅스는 2388명으로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유통업체들은 채용규모를 줄이거나 점포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인건비가 올라도 소비가 활성화되고 사업이 잘되면 상관이 없겠지만, 소비도 급격히 둔화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통 환경의 급격한 변화도 업계가 돌파해야할 과제다. 온라인 및 모바일 쇼핑의 대세와 더불어 해외직구의 일상화, 해외 유통업체들의 한국 진출 등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정부 규제는 오프라인 유통 중심의 규제들이 대부분이라 기업들은 더 이상 오프라인 신규 출점에 대한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몇년 전 유통업계 큰 규제로 꼽혔던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이제 약한 규제로 꼽히고 있다"며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재래시장이 살아난 것도 아닌데 계속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업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지금의 유통업계는 내수 산업이 아닌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에 살아남아야하는 과제,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에 맞는 유통 환경 구축 등인데 정부에서는 대기업과 소상공인, 대기업과 재래시장 등의 프레임으로 보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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