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올해 4월 부터 6월까지 매월 10일을 '일회용컵 없는 날'로 운영, 환경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사진=스타벅스커피 코리아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지난 10일 환경부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텀블러를 사용하면 10% 가격할인 및 컵 보증금 부활 등을 밝혔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또 다른 규제와 가격인상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환경에 대한 국민적 인식 개선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지 가격 할인이나 컵 보증금을 도입하는 것은 근본적인 환경 개선 정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10일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절반으로 줄인다'는 내용의 재활용 대책을 내놨다.
주요 골자는 대형마트와 슈퍼에서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고 컵 보증금 도입, 텀블러 사용시 10% 수준의 가격할인 및 매장 내 머그컵 사용시 리필 혜택 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컵 보증금 도입의 경우 법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 도입할 예정이고 텀블러 사용시 가격할인은 자발적 협약 과정을 거쳐 다음 달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부는 오는 25일경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할리스커피, 커피빈, 맥도날드, 롯데리아, 베스킨라빈스, 이디야, 빽다방 등의 업체 대표들을 모아 자발적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과정에 있어 업계 상황에 대한 배려 없이 진행된 점을 아쉬워하고 있다. 말이 '자발적 협약'이지 그 과정에서 자발적인 것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자율적으로 텀블러를 가져오면 할인을 해주거나 쿠폰에 도장을 찍어줘 무료 음료를 제공하는 등 일회용 컵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커피가격 할인과 커피 리필을 말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발표를 앞두고 업계 관계자들과 공청회를 진행하기는 했지만 자발적 협약을 맺기도 전에 정부가 먼저 발표를 했다는 것은 정부 발표대로 따라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컵 보증금 역시 과거에 시행됐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한 정책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과거의 실패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겠지만 성공 가능성에는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 컵 보증금이 시행됐지만, 컵을 반환하면 그 금액을 돌려받는 구조여서 많은 고객들이 부담 없이 일회용 컵을 사용했다"며 "또한 컵 보증금을 받기 위해 일부러 컵을 전문으로 수거하러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과거처럼 동전을 많이 안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컵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식도 페이로 돌려받는 등 다양한 방식이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가맹점 비중이 높은 커피전문점일 경우 컵 보증금 부담은 가맹점주들의 몫이라, 본사가 가맹점주들을 설득하고 협의해야하는 과정도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들이 가맹점 체계이고 일회용 컵을 본사에서 구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만약 컵 보증금을 환불해줘야 한다면 그 부담은 가맹점주들이 부담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일회용 컵 구매비용보다 컵 보증금이 더 높다면 가맹점주들은 컵 보증금 반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일회용 컵 사용이 커피전문점 뿐 아니라 편의점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역차별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환경부 발표에 편의점들은 비닐봉투 유상 판매를 더욱 강화하고 종량제 봉투로 대체하는 것에만 포함됐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배출되는 일회용 컵과 일회용 도시락 등 일회용품은 상당하다. 커피 역시 저가로 상당히 많이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저가에 판매하는 커피는 대부분 일회용 컵에 판매하고 판매량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에 대한 규제나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환경에 대한 기업들의 규제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무엇보다 환경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인식개선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아무리 비닐봉투 유상 판매를 시행하고 컵 보증금을 부활한다 해도 고객들이 이를 받아들이고 환경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