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영민 기자]지난달 포스코의 권오준 회장이 돌연 사임하면서 '정권교체=수장교체' 공식이 이번에도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권오준 회장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 였지만 역시나 '중도하차'를 피하지 못했다. 표면적으로는 건강상의 이유를 들고 있지만 포스코 내부에서는 "이번에도 또..."라는 안타까운 목소리가 높다.
이를 바라보는 KT도 남의 일이 아니다. 최근 황창규 회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사정기관의 표적이 됐다. 여기에 KT새노조, 시민단체 등 일부에서 퇴진을 요구하며 황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포스코와 KT는 닮아 있다. 민영화된 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정권이 바뀌면 수장도 바뀌는 흑역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 없는 기업의 설움인가. 그동안 KT의 수장들은 연임에 성공해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등 중대한 경영 이슈가 있는 상황에서 황 회장의 퇴진 압박은 그야말로 정치적 의도의 과도한 'KT흔들기'라는 지적이다.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로 인해 KT는 물론 국가 경제적으로 입을 피해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민간기업의 수장을 '코드인사'로 바꾸는 적폐는 이제 청산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야 말로 주인 없는 기업의 수장을 마음대로 갈아치우는 폐습을 끊어야 한다. 황 회장이 KT CEO로서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면 당연히 물러나는 것이 맞지만 '외풍'에 못이겨 쫓겨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1월 KT그룹 신년 결의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제공=KT
100억원대 배임 및 횡령 혐의로 2014년 4월 기소된 이석채 전 KT 회장에 대해 최근 무죄가 확정됐다. 이 전 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았던 서울고법 형사9부가 법원에 상고장을 내지 않아 무죄가 확정된 것이다.
이 전 회장은 3개 회사를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주식을 비싸게 사들여 KT에 100억원이 넘은 손실을 끼친 혐의와 KT 임원들에게 역할비 명목으로 지급한 29억5000만원 중 11억7000만원을 돌려받아 비자금으로 조성한 혐의를 받았다.
1심에서는 배임 및 횡령 모두 무죄를 받았으나 2심에서는 횡령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인 이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KT 회장으로 취임해 2012년 3월 연임에 성공했으나 2013년 박근혜 정부로 정권이 바뀐 후 같은해 11월에 배임 및 횡령 혐의가 불거지면서 중도 하차했다.
당시 정치권 일부에서 퇴진 압박이 일었으나 이 전 회장이 버티기에 나서면서 표적 수사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결국 이 회장의 혐의는 모두 무죄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임기 중에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이 전 회장의 삶과 당시 KT가 겪었던 CEO 리스크는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KT는 우리나라 통신시장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는 대표 기업이다. 내년 3월로 예상되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도 주도하고 있다. 정치적 논리가 민간기업의 경영와 인사에 작용해 뼈아픈 리스크가 되는 악순환은 문재인 정부가 청산하고 있는 적폐와 함께 사라져야 할 것이다.
[미디어펜=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