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북한이 16일 오전 한미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문제 삼으며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통보하자 일부 시민단체가 즉각 한미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북한이 '천하의 인간쓰레기'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를 해외로 추방해야 한다"는 청원이 빗발쳐 북한의 선전선동에 넘어가 남남 갈등을 자초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국민행동)은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남북고위급 회담 무기한 연기를 촉발한 한미연합 공군훈련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국민행동은 이날 "판문점 선언에 따라 북이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마당에 한미는 북한을 폭격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며 "남북이 손 잡고 선언을 발표한 지금도 적대 행위를 지속하는 것은 당사자로서 취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또한 논평에서 "상대를 위협하는 무기의 전개와 폭격까지 연습하는 대규모 훈련이 평화적인 방어훈련이라고 볼 수 없다"며 "북에 비핵화를 요구하는 지금, 군사훈련 중단은 매우 초보적이고 상응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민중당도 각각 기자회견문과 대변인 논평을 통해 "한반도 평화 깨뜨리는 한미연합훈련 맥스썬더를 중단하라"고 입을 모았다.
이뿐 아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북한이 고위급회담 무기한 연기를 통보한 16일부터 17일 오후4시까지 '태영호 공사를 국외로 추방하라'는 내용 등 태 전 공사를 비난하는 청원이 26건 올라왔다.
"태 전 공사 발언을 옹호한다.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며 "탈북민들 힘내라. 정부가 태 전 공사를 보호해야 한다"고 밝힌 지지 청원도 22건 올라왔지만 "기회주의 자한당의 똘마니 태영호를 추방해야 한다", "태영호의 탈북사유 및 범죄이력 조사하라", "태영호를 국회로 불러 남북 평화 분위기 깰려는 심재철 부의장도 사퇴하라", "태영호를 그대로 둘 것인가", "태영호 영사 북한으로 돌려보내라" 등의 강경한 비난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청원인 'naver - ***'는 "태영호라는 자가 북한 입장에서는 범죄자"라며 "남북 범죄인 인도 협정을 마련해 북한이 인도를 요구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또다른 청원인은 뒤이어 "매국노 태영호를 대한민국에서 영구 퇴출하기 바란다"고 말해 탈북민 인권을 고려하지 않는 편향된 시각을 드러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태 전 공사 국외 추방이나 북한 인도 청원과 관련해 "대통령이 탈북민을 사지로 내 모는 북으로 송환할 경우 명백한 인권침해이자 헌법상의 대통령 직무태만으로 탄핵사유가 된다"며 현실성 없는 주장이 난무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맹점을 꼬집었다.
17일 오후 청와대 게시판에 마지막으로 올라온 태 전 공사 관련 청원은 "태영호 공사 국외추방 청원건을 게시판에서 삭제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반복되는 여론재판 마녀사냥식 청원에 일부 국민들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가운데 상당수 탈북민들은 공포를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합의를 뒤집고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북한의 선전선동에 흔들리지 않는 신중한 목소리가 아쉽다.
사진은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2017년 2월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 '동북아 안보정세 전망과 대한민국의 선택' 국제컨퍼런스에서 발언하는 모습./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