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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국내 자율주행 등 미래차 첨병, 현대모비스 서산 주행시험장

2018-05-18 13:44 | 김태우 차장 | ghost0149@mediapen.com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자동차 산업의 신성장동력인 미래차 분야에서 친환경차와 함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자율주행 분야다. 

이 분야는 기존의 자동차에 다양한 센서가 장착돼 유기적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도로상황을 파악하고 알아서 차량과 승객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이에 갈수록 자동차 분야에서도 센서의 중요성이 커져가고 있다. 

싼타페 TM 테스트 차량이 현대모비스 서산주행시험장 내 저마찰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현대모비스



IT분야의 업체들도 이분야에 관심을 보이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부품업체들도 이 분야에서 뒤처지지 않기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중 국내 최대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 역시 이분야의 센서와 기술력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며 국내 미래차 분야의 첨병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런 중요한 역할의 사명을 띤 현대모비스는 2016년 말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서산의 주행시험장을 완공하고 지난해 상반기부터 본격 가동 중이다. 

지난 16일 국내 미래차의 최신기술이 연구되고 있는 서산주행시험장을 방문했다. 이곳은 총 14개의 시험로와 4개의 시험동을 갖추고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등 미래차 핵심 부품의 성능과 품질을 종합 검증하는 곳으로 향후 현대모비스가 미래차 기술에 집중하는 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하는데 전초기지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 터널시험로다. 폭 30m, 길이 250m 규모인 이곳은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등 각종 램프를 개발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굳이 '세계 최장'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터널 길이를 늘리지는 않았을 터. 캄캄한 터널 천장에서 직사각형 형태의 구조물 십 여 개가 내려온 뒤에야 램프 테스트에 250m의 길이가 필요한 이유를 알게 됐다. 

준비돼 있는 차량에서 상향등을 켜자 가장 멀리 있는 구조물까지 불빛이 비쳤다. 헤드램프가 먼 거리까지 밝게 비출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장면이었다. 

터널 안쪽으로 조금 걸어들어가니 지능형 헤드램프(IFS)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 지능형 하이빔 시스템이다. 어두컴컴한 시골길 상향등을 켠 채 주행 하다가 마주오는 차량이 보이면 상대방 운전자의 눈부심을 차단하기 위해 차량 부위는 하향등으로 바꿔준다. 

차량을 제외한 다른 공간은 그대로 상향등을 유지하며 달린다. 구슬모양의 여러 LED 램프가 상대 차량의 움직임을 추적해 피아노 건반이 움직이듯 켜졌다 꺼졌다하면서 선별적으로 빔 패턴을 변화시켰다.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시던 상향등이 휴대폰의 플래시를 비추니 기자를 향한 부분만 곧바로 하향등으로 바뀐다. 플래시 불빛을 다른 차의 불빛으로 인식한 것이다. 

이 밖에도 터널실험로에는 운전자가 야간에 운전을 할 때 가시적으로 직접 보이는 부분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갖추고 있어 개발단계의 비용절감을 배가시키고 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직접 도로에 나가지 않고도 데이터를 활용해 얼마나 많은 구간을 비출수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급차선 변경에 각종 특수 노면까지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112만㎡(34만평) 부지에 쭉 뻗은 아스팔트 시험로. 넓은 공터에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고 주변이 바닷가인 터라 바닷바람까지 더해 노면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슬라럼 테스트를 위해 준비된SUV 차량에 탑승했다. 시속 80km로 콘 7개를 지그재그로 통과한다고 시험 담당 연구원이 설명했다. 

현대모비스의 도심 자율주행차 M.Billy가 서산주행시험장 내 첨단시험로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현대모비스



그는 몸이 휘청거릴 테니 안전벨트를 하고 손잡이를 단단히 붙잡으라고 당부했다. 차가 속도를 붙이나 싶더니 스키 선수가 기문을 통과하듯 좌우로 회전을 거듭했고 미끄러짐 없이 안정적으로 콘을 통과했다.  

차는 그대로 돌아서 이번엔 급차선 변경 코스로 들어섰다. 일명 엘크(ELK) 테스트다. 인적도 차도 없는 한적한 새벽 시골길, 빠르게 달리는 내 차 앞에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이 갑자기 출현했을 때를 가정해보자. 순식간에 핸들을 돌려 피하고 차를 본 궤도에 돌려놔야한다. 

엘크 테스트는 이같은 급격한 차선 변경 상황시 차가 미끄러지거나 선로를 이탈하지 않고 조향 안정성을 유지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엘크'는 북미와 유럽 등에 서식하는 몸집이 큰 야생 사슴을 의미한다. 기자들을 태우고 직접 운전대를 잡은 장지현 현대모비스 샤시시험개발팀 책임연구원은 "현재는 시속 60km 정도로 급차선 변경을 시도했는데 해외에서는 엘크 테스트를 몇km 속도에 통과하느냐가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 정보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범용시험로를 빠져 나온 차량은 '저마찰로'로 들어섰다. 범용로에서 조향 안정성을 테스트했다면 이번엔 제동 능력이다. 노면은 세라믹 타일이고 노면 양쪽에서 장치를 이용해 물을 뿌려 주고 있다. 물을 뿌려 매우 미끄러운 타일 위에 자동차가 달리면서 제동 능력을 시험하는 것이다.  

약 50km 속도로 전방을 향해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급정거를 했다. 차가 조금 미끄러지면서도 진행 자세 그대로 안정적으로 멈춰섰다. 현대모비스에서 제동 시스템 실차 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김규환 책임연구원은 "세라믹 노면의 경우 일반 아스팔트 길에 비해 10배 정도 더 미끄럽다고 보면 된다"며 "특수 노면에서 반복적인 평가를 통해 현대모비스가 공급하는 제동 장치의 품질을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험로 중에는 모형로도 인상적이다. 기자를 태운 차량의 왼쪽 바퀴는 트위스트로, 오른쪽 바퀴는 물결 모양의 장파형로를 걸친 상태에서 지나갔는데 마치 흔들의자에 앉은 듯 차량이 출렁거렸다. 유럽 도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벨지안로(울퉁불퉁한 마차도로)를 통과할 땐 차량 진동이 몸 전체를 타고 흘렀다. 모형로는 이 같은 특이한 길을 차량이 통과하면서 차량이 받는 충격, 좌우 밸런스, 승차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곳이다.

◇실제도로와 똑같고 안전한 자율주행시험장
사거리를 가득 채운 상가건물들, 건널목과 신호등, 심지어 안전한 주행을 방해할 난폭운전 차량까지. 자율주행차의 실제 주행상황을 테스트할 모든 조건이 완비됐다.

현대모비스 서산주행시험장 내 첨단시험로의 모습이다. 지난해 6월 완공한 이곳은 국내 최초의 자율주행차 시험로로, 서산 시내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왔다고 한다.

현대모비스는 이곳에 지능형교통시스템(ITS) 환경을 구축해 매일 자율주행 시스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첨단시험로에서 현대모비스의 도심 자율주행차 M.Billy를 타봤다. 출발 지점에서 서서히 움직인 차는 스스로 우회전을 하더니 곧장 사거리 교차로로 진입했다. 좌회전 차선으로 이동해 신호 대기를 받기 위해 멈춰섰다. 신호가 떨어지자 핸들이 왼쪽으로 머뭇거림없이 돌아갔다. V2X(Vehicle to Everything) 통신 기술을 이용해 차량이 신호 바뀜도 스스로 알아챘다. 

현대모비스의 도심 자율주행차 M.Billy 내부 모습. /사진=현대모비스



원형 회전 교차로도 막힘없이 통과한 자율주행차는 시속 40km로 직선 도로를 달렸다. 주행 차로에 정차한 차량이 발견되자 알아서 옆으로 피한다.

이 상황에서 또 다른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M.Billy가 비켜선 차로로 다른 차량이 급가속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M.Billy는 여유 있게 다시 차선을 바꿔 위험 상황을 회피했다.

차선 변경이나 신호등 인식 등 정상적인 상황에서의 주행은 물론, 돌발 상황까지 회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M.BILLY에는 레이더와 카메라 등 8개 종류, 총 25개의 센서가 장착돼 차량 주변 360도를 감지한다고 한다. 자율주행 3단계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현대자동차가 지난 2월 평창에서 시범 운행한 넥쏘 자율주행차(4단계)에 비해서는 한 단계 낮은 수준이다.

현대모비스에서 자율주행차 개발을 맡고 있는 이원오 책임연구원은 "M.BILLY는 자율주행 단계는 3단계지만 (4단계 넥쏘보다) 양산차에 더 가까운 수준으로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실제 주행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변수들을 계속해서 반영해가며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M.BILLY에 독자 개발한 전방 레이더를 장착해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카메라와 라이더 등 다른 센서도 순차적으로 독자 개발해 실차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2022년 독자 센서를 장착한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을 양산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산주행시험장은 현대모비스가 약 3000억원을 투자해 2016년 말 완공하고 지난해 상반기부터 본격 가동 중이다. 총 14개의 시험로와 4개의 시험동을 갖추고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등 미래차 핵심 부품의 성능과 품질을 종합 검증하는 곳으로 향후 현대모비스가 미래차 기술에 집중하는 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하는데 전초기지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양승욱 현대모비스 ICT연구소장(부사장)은 "전세계 다양한 자동차, 전자, IT 업체들이 자율주행 기술에 뛰어들고 있지만 현대모비스처럼 센서와 제동장치, 조향장치, 인포테인먼트 등 자율주행 관련 전 분야를 다루는 회사는 없다"면서 "서산주행시험장을 테스트 베드 삼아 미래차 기술을 선도하는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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