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50%로 유지하기로 했다. 금융시장에선 대내외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이 부담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실물경제지표의 부진과 신흥국의 금융 불안 등으로 한은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둬 왔다.
한은은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현재와 같은 수준인 연 1.50%를 유지해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연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 오른 이후 6개월째 동결됐다.
올 초만 하더라도 경제전문가들은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과 총재 교체 시기 등을 고려해 5월 혹은 7월에는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예상보다 부진한 경기상황이 이어지면서 ‘7월 인상론’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2~3월에 이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만여 명에 그치는 등 고용상황이 둔화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한은은 추가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국내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세계경제는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했다. 국제금융시장은 대외건전성이 취약한 일부 신흥 시장에서 자본유출이 확대되면서 불안한 모습이 나타났다. 앞으로 세계경제의 성장세는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보호무역주의 확산 움직임, 미국 정부 정책방향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설비투자가 다소 둔화됐으나 소비와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고용 상황은 취업자 수 증가폭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국내경제의 성장 흐름은 지난 4월 전망 경로와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가 둔화되겠으나 소비는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수출도 세계경제의 호조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는 농산물가격 상승 등으로 1%대 중반 수준으로 오름세가 확대됐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1%대 중반을 나타냈으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중반을 유지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1%대 중반 수준을 보이다가 하반기 이후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목표수준에 점차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은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장기시장금리가 주요국 금리상승의 영향으로 오름세를 보였으나 원/달러 환율은 세계적인 달러화 강세, 북한리스크 완화 등에 따라 좁은 범위 내에서 등락했다.
가계대출은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예년보다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주택가격은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둔화됐다.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주요국과의 교역여건,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