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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탄소배출권 문제, 임시방편 아닌 근본원인 해결해야

2018-05-31 15:06 | 나광호 기자 | n0430@naver.com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탄소배출권 정산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정부가 시장 안정 및 거래 활성화를 위해 예비분을 공급하기로 했지만 부족분에 비해 턱없이 모자랄 뿐더러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대응하고 있어 아쉬움을 낳고 있다.

환경부는 다음달 1일부터 전체 할당 업체 중 배출권이 부족한 195개 업체를 대상으로 예비분 550만톤을 유상 공급하기로 했다.

또한 한국거래소(KRX)·한국수출입은행·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 등을 통한 경매 방식으로 공급하며 가격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기간 거래소 장내 거래가를 기준으로 낙찰 하한가를 설정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으나 환경부의 공급량이 업체들의 부족분에 비해 크게 모자라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의 한숨이 잦아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지난달 말 기준 업체들의 부족분은 최대 3090만톤에 달해 공급량을 크게 상회한다는 분석을 토대로 각 업체들이 구할 수 있는 물량을 부족분의 30%로 제한했다.

(왼쪽부터) 포스코·현대제철 현판/사진=각 사



이에 따라 업체들은 부족분의 70%를 시장에서 구해야 하지만 여유가 있는 업체들이 배출권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로 이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배출권을 제출하지 못하면 시장 가격의 3배에 달하는 과징금 폭탄이 부과되는 만큼 갑을관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배출권 가격은 지난해 12월24일 2만8000원까지 치솟았다가 2만2000원 수준으로 낮아졌으나, 이번주 초 2만6000원까지 반등했다.

환경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유분 중 다음 할당 기간으로 이월 가능한 양을 크게 제한할 방침이지만 온실가스 감축량 자체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공산이 크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2015년 12월 파리협약 당시 오는 2030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의 37%인 3억1500만톤을 감축하기로 했다. 이는 일본의 9배에 달하는 것으로, 국내 산업구조를 고려하면 무리한 목표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1700만톤을 감축해야 하는 철강업계를 필두로 석유화학(700만톤)과 디스플레이(570만톤) 등 '굴뚝산업'의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LG화학 대산공장 전경·롯데케미칼 울산 공장 전경/사진=각 사



또한 탈원전을 골자로 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의 일환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늘어나고 있어 향후 산업부문에 할당 가능한 배출권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신·증설로 인해 배출량이 늘어날 경우 대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온실가스 감축의 근거로 꼽히는 '인간에 의한 지구온난화'가 비과학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이 지난해 산업경쟁력 저하 등을 이유로 파리 협약을 탈퇴한 데 이어 호주 등 다른 국가에서도 관련 논의가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편 지난 2015년 도입된 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기업들에게 3년간 배출할 수 있는 탄소량을 할당하고 부족하거나 남는 양은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할당 업체들은 매 6월말 전년도 배출권을 정산해야 한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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