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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국민연금으로 민간기업 경영간섭 '유혹' 떨쳐버려야

2018-06-01 11:23 | 송영택 부장 | ytsong77@naver.com

[미디어펜=송영택 기자] 문재인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해 민간 기업들의 경영권 간섭에 노골적으로 나섬에 따라 자유시장경제 체제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3차회의에서 대한항공 주주로서 사용할 수 있는 주주권을 행사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기금운용위원회는 박 장관의 제안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기금운용본부로 하여금 대한항공에 공개서한 발송, 경영진 면담 등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 12.4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결정하기로 한데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일탈 행위가 빌미가 됐다. 기금운용위원회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밀수, 관세포탈, 재산국외도피 등에 대한 보도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면서 비판적 여론에 편승해 대한항공 경영진이 의미있는 조치들을 시행하고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압박했다.

이를 두고 재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진 총수 일가가 위법을 했거나 불공정 행위를 했다면 관련법에 따라 처벌하면 되지 이를 빌미로 직접적으로 경영에 간섭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연금 사회주의'로 가는 첫 발을 띤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 장관은 대한항공에 대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제안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은 현재 131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5%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276개이고, 1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수도 75곳이나 된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처 ‘톱 10’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23조4241억원(9.2%), SK하이닉스 3조2353억원(9.9%), 네이버 2조6967억원(10.6%), 현대차 2조6178억원(8.1%), 현대모비스 2조5334억원(9.9%), 포스코 2조4381억원(10.9%), 신한지주 2조485억원(9.6%), 한국전력 1조8317억원(6.5%), KB금융 1조7630억원(9.9%), LG화학 1조6162억원(9.3%0 등으로 전자 반도체 자동차 철강 은행 화학 등 거의 모든 업종에 망라돼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KB금융 주주총회에서 노동이사제를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비록 다수의 다른 주주들의 반대로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은 통과되지 못했지만 이런 상황을 지켜본 바라본 재계가 바짝 긴장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공약했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청와대 정책실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이 기관 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 조기 정착에 나서고 있다. 이에 노후를 위해 모은 국민의 돈으로 민간 기업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려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주요기업 주식 톱10./사진=화면캡쳐



국민연금은 공공기관인 동시에 ‘전 국민 당연가입 원칙’이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가입자들이 기금운용위원장에게 민간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라고 위임을 해준 바 없다.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해서 인사를 통해 국민연금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을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한항공을 빌미로 삼성전자, 현대차 등 거의 모든 주요기업 의사결정에 간섭하려는 것은 다름 아닌 ‘연금 사회주의’로 가려는 시도로 비쳐 질 수 있다. 만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해체하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닥치게 되고 정권의 운명을 재촉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미디어펜=송영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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