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정의선 부회장이 잠정 중단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를 완료시키기 위한 전략 마련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룹의 경쟁력확보라는 중요한 임무를 띠고 미래차 개발을 위한 글로벌 인재등용과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기 위한 해외출장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이다. 하지만 이런 그의 노력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투자안목으로 기업가치에 힘을 싫어주는 장기투자 주주들의 힘이 절실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지난 2018 CES에서 직접 부스를 돌며 미래기술을 체험중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사진=현대차그룹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시장의 반대에 부딪쳐 잠정 중단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 부회장은 지배구조 개편 추진 과정에서 시장과의 소통 부족을 인정하고 여러 의견들을 전향적으로 수렴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향후 재추진 시나리오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초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 무산으로 재추진이 이뤄지기 때문에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분석은 정 부회장이 ‘구조개편 안에 대해 말씀 드립니다’ 자료에서 “그룹 구조개편안 발표 이후 주주와 투자자 및 시장에서 제기한 다양한 견해와 고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검토해 충분히 반영토록 하겠다”며 “이번 방안을 추진하면서 여러 주주 분들 및 시장과 소통이 많이 부족했음도 절감했다”고 언급한데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이던 개편안을 보완하고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만큼 주주들의 충분한 이해와 적극적인 지지를 우선시 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 부회장 식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안 시나리오는 다양하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비율 조정, 현대모비스의 선(先)인적분할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모듈 부문의 수익성이 하락세에 접어든 시장 상황에서 AS 부문의 분할에 대한 타당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 현대글로비스의 가치 하락으로 인한 대주주인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섣불리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업 가치에 투자하는 주주들의 힘이 실어진다면 가능성이 있다.
현재 최대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 행동파 주자그룹 엘리엇이다. 이들은 기업의 가치보다 단기적인 이익에 관심이 많은 그룹이다. 이에 현대차의 장기적인 안목이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에 딴지를 걸고 나섰고 결국 현대차그룹을 굴복시켰다.
이에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관투자 주주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과 같이 기업의 가치에 투자를 하는 주주들이 장기적인 플랜을 감안하며 기업의 경영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된다는 것이다.
또 무엇보다 그룹의 장기적인 성장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한 방안이 가장 큰 과제로 남아있다. 어떤 방식으로 합병을 진행하고 구조개편을 실시하더라도 미래경쟁력 확보라는 핵심 사안이 빠져있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 부회장은 꾸준히 해외시장에서 다양한 글로벌 인재등용으로 그룹의 역량을 키우는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서 정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사로 꼽히는 BMW와 아우디 등의 브랜드 출신의 디자이너와 기술자들을 현대차그룹에 모셔오기 위한 노력을 했었다.
이를 통해 현재의 현대차그룹의 디자인 역량은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했고, 다양한 디자인 상을 수상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또 미래차 개발을 위한 인재영입도 꾸준히 진행해 왔다.
부산모터쇼에서 공개되는 현대차 고성능 라인업 벨로스터 N /사진=현대차
이달 6일 모터쇼에서 공개되는 고성능 브랜드 벨로스터N의 시작도 정 부회장의 집념에서 완성된 모델이다.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같은 미래차의 성장과 시장의 흐름이 형성됐지만 자동차의 본질을 이해하고 소비자의 니즈를 이해하고 있기에 가능한 행보였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시장의 상위권에 속해있지만 고성능 분야에서는 소외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정 부회장은 꾸준히 고성능 차량에 대한 욕심과 집념으로 N브랜드를 세상에 알렸고, 이런 그의 노력으로 i30N과 벨로스터N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동차의 기본은 달리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기본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였던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를 완성시키기위해 정 부회장은 해당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BMW M의 알버트비어만과 토마스 쉬미에라 등을 영입해 보다 완성도 높은 N을 위해 노력했다.
이런 고성능차량은 현재 극한의 자동차 경기인 WTCR과 같은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는 영광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글로벌시장의 판매회복을 위해 본격적인 현지 전략형 모델로 집중공략하고 있다.
기존에도 다양한 현지 전략형 모델이 출시되고 있었지만 페이스리프트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완전히 다른 모습의 현지전략형 모델로 시장에서 반응을 끌어내기 위한 총력을 다 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15일 'ICT(정보통신기술) 메카'인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실리콘밸리)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을 거쳐 동부 뉴욕 등을 방문하기 위해 출국한 바 있다.
미국 대륙 동서를 가로지르며 현지 생산·영업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한창 지배구조개편 작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현장을 방문해 문제점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재검토하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정의선 부회장의 실리콘밸리 방문 후 현대차는 레이더·AI 전문 스타트업 '메타웨이브'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미래성장 동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으로 정 부회장 식의 경영으로도 분석되고 있다.
과거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걸 자체적으로 생산·개발을 하는 것이 아닌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 보다 빠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으로 꼽히는 정공법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통해 주주들의 권익이 보장된다면 충분히 실현가능성이 있는 지배구조 개편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며 “여론조성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R&D분야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이를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주주들이 움직여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