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건희 삼성 회장은 처음부터 ‘이건희’인 줄 알았다. 두 형을 물리치고 국내 최고 기업 삼성을 이끌게 됐으니 처음부터 어련히 잘했을까 싶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에게도 부침은 있었다. 특히 1987년 사장이 된 이후, 이병철 창업주 시대의 사람들 때문에 힘을 못 쓰던 시절도 존재했다고 한다.
그랬던 그의 진가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계기는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1993년 6월 7일 ‘신경영 선언’이다. 당시 삼성이 만들어낸 제품은 국내에서는 잘 팔렸지만,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현저히 떨어졌다고 한다. 구석에 놓인 먼지 쌓인 제품에 불과했던 거다. 이 같은 사실에 충격을 받은 이 회장은 제품의 ‘양’이 아닌 ‘질’을 핵심가치로 내세운다.
이 회장의 개혁은 그야말로 성공적이었다. 모든 것을 바꿔 보겠다는 혁명적인 발상은 오늘 날 세계 최고 스마트폰으로 꼽히는 ‘갤럭시S’와 ‘노트 시리즈’를 탄생시킨 계기가 됐다. 또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도 공고히 만들었다. 이는 곧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이어져 이 회장 취임 25주년인 2012년 기준, 1987년 대비 18배 늘었고, 시가총액은 303배로 성장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 이병철 창업주가 삼성을 국내 최고 기업으로 만들었다면, 이 회장은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고 평가한다. 그 어렵다는 ‘청출어람’을 이 회장이 몸소 실현시킨 거다. 물론 그런 삼성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세간의 부정적인 평가가 삼성의 입지를 흔들 순 없다. 그저 국내 일부의 목소리일 뿐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25주년을 맞이한 지금, 앞으로의 삼성이 궁금하다. 시간이 흘러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며 ‘역시 삼성!’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고, 이런 저런 이유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다. 이제 이 모든 것이 이재용 부회장의 몫으로 넘어갔다. 지켜보는 눈이 너무도 많다.
이 시절을 틈타 삼성을 괴롭히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에서 진행 중이다. 삼성을 향한 정부, 시민단체, 언론, 노조, 국회의 공격을 지켜보고 있자면 ‘이러다 삼성이 없어지면 어쩌려고’ 하는 불안함이 엄습한다. 또 다 같이 달려들어 저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렇게 해서 얻는 게 무엇인지, 원하는 게 정확히 무엇이길래 저러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건희 회장은 “기업의 목적은 좋은 제품을 값싸게 생산에 고객에게 제공하고, 그 정당한 대가로 이윤을 획득해 영속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그 과정에서 기업은 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종업원에게는 임금을 지불하며 이익의 일부를 국가에 세금으로 납부한다. 그리고 남은 것은 재투자함으로써 발전을 도모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시대가 온다 한들 기업의 이 같은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때문에 그 어떤 훈수, 비난의 목소리도 기업의 본질을 꺾을 수 없다. 좋은 물건을 만들어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그것으로 이윤을 내는 기업인만큼 정직한 직업군이 어디 있는가. 터무니없는 반(反)기업 세력의 횡포에 주눅들 필요가 없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이런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목표는 ‘이병철 손자나 이건희 아들이 아닌 선대 못지않은 기업인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목표가 명확한 한 기업을 모르는 이들의 괴롭힘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이 그가 이끌고 있는 삼성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