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라호텔에서 판매하고 있는 애플망고 빙수./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올해부터 애플망고 빙수 가격을 크게 올렸지만, 불평하시는 고객들은 한 분도 안계세요. 예년만큼 고객 분들이 계속 찾아와 주세요. 하지만 언론에서는 비싸다는 프레임으로만 접근해서 아쉬워요. 애플망고 빙수는 거의 남는 게 없고 제주도 농가들과의 상생과 애플망고 빙수를 계속 찾아주시는 고객분들 때문에 판매를 하는 것입니다."
더운 여름철이 되면 시원한 빙수의 수요가 크게 늘어납니다. 특급호텔들도 언제부터 빙수를 판매했는지 모르나, 여름철만 되면 고가 빙수 이슈는 언론의 단골 기사거리가 됐습니다.
특히 신라호텔은 10년 전부터 판매해왔던 '애플망고 빙수'가 스테디셀러가 되면서 관심의 중심지에 있었던 호텔입니다. 어떤 호텔은 일부러 관심을 끌려고 신라호텔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내놨지만 큰 주목을 끌지 못했죠.
신라호텔이 호텔 빙수의 원조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장 히트를 친 호텔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신라호텔의 애플망고 빙수 가격은 매년 관심의 대상입니다. 신라호텔은 2008년 처음으로 3만원대의 빙수를 내놓고 고가 논란의 불을 지폈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에 4만2000원으로 가격을 인상했고 올해는 28.5% 인상한 5만7000원에 판매합니다.
가격 인상률로만 봤을 때는 매우 많이 인상했고 이익도 많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습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판매하는 망고빙수. 제주도산 애플망고를 사용하는데 양이 적다./사진=미디어펜
신라호텔 측은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애플망고 빙수를 올해도 팔아야 되나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판매 중단도 고려했다는 것이지요.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데 판매할 이유가 없는 거죠. 하지만 제주도 애플망고 농가와의 상생과 매년 여름철이면 애플망고 빙수를 먹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고객들을 위해 판매를 중단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애플망고 빙수를 먹기 위해 신라호텔을 찾아오는 해외 고객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가격을 올리거나 양을 줄이거나 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또 그게 쉽지 않습니다. 가격을 올리면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을 테고 또 양을 줄이면 "신라호텔 변했네, 돈 독이 올랐네"라는 등의 고객들의 비판이 생길 수 있습니다.
먼저 빙수 한 그릇에 5만7000원이나 하는데 남는 게 없다는 게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를 먼저 알아봐야겠습니다. 신라호텔은 제주도산 애플망고만 사용합니다. 그 중에서도 최상급을 사용할 겁니다. 대만산이나 태국산을 사용하면 더 원가를 낮출 수 있지만 신라호텔은 제주도 농가를 생각해 그러지 않았습니다. 제가 아는 신라호텔은 식자재와 서비스만큼은 절대 타협이라는 게 없습니다.
"제주도산 애플망고가 얼마나 비싸길래" 라는 의문이 들어 지난주 현대백화점 압구정 식품관에 가봤습니다. 제주도산 애플망고는 한 개에 2만원에 판매하고 있더군요. 반면 대만산 애플망고는 2개에 1만4000원에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대만산에 비해 국산이 개당 3배 가까이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파크하얏트 서울에서 판매하는 망고빙수. 서비스 직원이 망고 원산지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사진=미디어펜
이런 고가의 제주도산 애플망고를 신라호텔 빙수에는 한개 반이 들어갑니다. 크기도 큼직큼직 합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팥도 국산만 사용합니다. 그래서 신라호텔에서 팥을 추가로 시키려면 비용을 더 내야합니다. 여기에 불만이 있는 고객들도 있지만, 신라호텔로서는 최선의 선택입니다.
빙수 기계도 대만산 고가 기계로 알려져 있는데, 얼음이 대패로 간 듯 아주 부드럽고 먹음직스럽습니다. 양도 많아 3명이 가서 먹어도 충분합니다. 물론 대만산이나 태국산 망고보다 제주도산이 좋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신라호텔이 호텔에서 빙수를 판매하게 된 배경이 제주도 농가와의 상생이었기 때문에 이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타 호텔의 경우는 어떨까요.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태국산 망고를 사용하고 최상급 호텔로 알려진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도 태국산 망고를 사용합니다. 양도 신라호텔보다 적습니다. 웨스틴조선호텔은 제주도산 애플망고를 사용한다는데 양이 엄청 적어 실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파크하얏트서울은 서비스하는 직원이 망고의 원산지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있더군요.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도 지난해부터 빙수를 판매하고 있으나 얼음이 거칠고 제대로 된 빙수 맛을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미국 직영호텔에다 외국인 셰프가 만들다보니 아시안 디저트인 빙수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경험상 빙수는 국내 브랜드 호텔들이 맛있게 잘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도 가격은 3만원대 후반에서 4만원대 중반까지 받고 있습니다. 이런 호텔들과 비교해 과연 신라호텔 빙수가 비싼 것일까요. 신라호텔이 타 호텔들과 비교해 이익이 더 날까요.
서울 포시즌스호텔 망고 빙수. 태국산 망고를 사용하며 팥 대신 시럽을 내놨다./사진=미디어펜
신라호텔 더 라이브러리 로비 라운지에서 숙련된 서비스 직원들의 환대를 받으며 편안한 소파에 앉아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여유롭게 5만원대의 빙수를 먹는 게 과연 '고가 빙수'일까요. 빙수를 먹고 빨리 일어나거나 셀프 서비스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몇 시간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5만원의 가격이 비싼 것일까요. 이게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신라호텔은 올해부터 '망고가격 연동제'를 도입한다고 하니 당분간 고가 논란은 잠잠해질 거 같습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