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국내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부당하게 책정해 실제보다 높은 대출이자를 매긴 사례가 수천 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금리 상승기에도 은행들이 손쉬운 이자장사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른바 ‘대출금리 조작’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비난여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대출금리 조작 사례가 다수의 영업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고의적이거나 조직적으로 행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는 한편 부당하게 매긴 대출이자에 대해 대출자에게 돌려주도록 할 방침이다.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일부은행이 가산금리를 부당하게 부과한 사례는 은행권 전체의 신뢰와 직결되는 만큼 해당은행들에 피해를 받은 고객수와 금액을 조속히 확정, 환급할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러 영업점에서 나타난 점으로 미뤄 개인의 실수라기보다는 허술한 시스템 또는 고의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며 “은행별로 내규위반사례의 고의성과 반복성 등을 엄격히 조사해 필요시 임직원에 대해서도 그에 상응한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공개한 올 상반기 KB국민‧기업·농협·부산·씨티·신한·우리·하나·SC제일은행 등 9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출금리 산정체계 검사 결과 이들 은행은 대출 금리의 핵심 변수인 가산 금리를 산정할 때 대출자의 소득과 담보를 낮추거나 아예 누락하는 방법으로 실제보다 높은 대출 이자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가령 부채비율(총대출/연소득)이 250%를 넘으면 0.25%포인트, 350%를 넘으면 0.50%포인트의 가산 금리를 대출 금리에 붙였다. 이때 대출자 소득을 창구 직원이 임의로 입력해 소득이 적게 입력된 대출자는 소득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 추가 가산 금리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연소득이 8000여만원이나 되던 고객은 소득이 없는 것으로 간주돼 부과되지 않아도 될 0.50%포인트의 가산 금리를 더 내기도 했다. 또한 담보가 있는데도 없다고 입력하거나, 은행 금리 산정 시스템에서 산정된 대출 금리를 무시해 대출자에게 최고 금리를 부과한 사례 등도 확인됐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은행들이 손쉬운 이자장사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대출금리 조작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비난여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1분기 국내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9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9% 늘었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은행들이 높은 금리로 이자수익을 벌어들이는 반면 예금금리는 낮게 책정하면서 이자이익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