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전날(26일) 국회 정상화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한 여야는 27일 오후 국회에서 교섭단체 원내대표단 회동을 갖고 원구성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회의장단 선출과 18개 상임위원회 배분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어 협상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6일 신임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접견한 자리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의 장병완 원내대표까지 다 조율을 했다"며 "후반기 원구성을 위한 국회 교섭단체 대표회동을 내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말부터 공백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국회가 가까스로 정상화에 첫 발을 내딛었지만 현재 운영되고 있는 18개 상임위 배분을 놓고 각 정당은 입장차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핵심 상임위인 운영위원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둘러싼 민주당과 한국당 간의 기싸움이 치열한 양상이다.
민주당은 관례대로 여당이 맡아온 운영위원장 자리와 한국당이 가지고 있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한국당은 이 두 자리를 여당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권한대행은 2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협상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여권 일각에서 법사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에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이는 정권에 대한 야권의 견제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권력독점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바른미래당과 평화와정의 등 야당이 각각 2개의 상임위원장을 노리고 있다는 점도 협상의 합의점을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민주당은 의석수에 비례해 상임위를 배분하던 관례에 따라 '8:7:2:1'(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평화와정의) 원칙을 내세우는 상황이다.
국토교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기업위 등 예산확보에 이점이 있는 '알짜 상임위' 배분도 협상테이블에 오를 의제다. 민주평화당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기업위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를, 정의당은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주당은 원구성 협상에 앞서 기선제압에 나섰다. 홍 원내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모두 늦은 만큼 최대한 빨리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이달 말까지는 원구성 협상을 매듭짓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협상 시한을 못박았다.
그러나 상임위 배분을 놓고 협상이 매듭지어지지 못하게 될 경우 국회의장단 만이라도 먼저 뽑아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앞서 민주당은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맡아온 관례에 따라 6선의 문희상 의원을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했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국회의장단 선출과 상임위 배분을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많은 상임위를 배분받거나 핵심적인 상임위를 차지하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국회부의장은 2개 야당이 맡아왔다는 관례에 비추어 볼 때 부의장 선출이 이번 협상의 변수가 될 수 있다.
한편,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8:7:2:1'은 기존에 수학공식처럼 매겨진 비율"이라며 "협치 등 차원에서 이 공식을 뛰어넘는 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장단 등 선출 방식은) 다수의 지지를 얻는 사람이 책임을 맡는 일반 민주주의 방식이 맞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