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오픈한 이마트의 '삐에로 쑈핑' 입구에는 일본 국화인 벚꽃으로 꾸며져 있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일본 돈키호테를 너무 노골적으로 베낀 거 아닌가요. 일본 돈키호테에서 한국에 와서 삐에로 쑈핑을 보면 소송을 걸 수도 있겠어요."
27일 서울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오픈하는 이마트의 '삐에로 쑈핑'을 둘러 본 취재진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이마트는 삐에로 쑈핑에 대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전문점'이라고 밝혔지만, 비행기로 2시간 만에 갈 수 있는 일본 도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쇼핑 공간이다.
이마트는 공식적으로 일본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너무 노골적이라는 느낌이다. 마치 서울이 아닌 도쿄에 온 듯 한 기분이다.
출입구부터 일본 국화인 벚꽃이 고객들을 맞이했다. 들어가자마자 일본제 과자와 일본 화장품 브랜드인 시세이도의 아네사 선크림을 전면에 배치했다. 일본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하려고 한 건지 일본 분위기를 느끼게 하려고 한 건지 알 수 없지만, 너무 노골적인 '일본화'라는 느낌이다. 여기가 서울인지 도쿄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다.
동선과 제품 구색도 돈키호테와 매우 유사하게 꾸몄다. 패션명품 진열장도 돈키호테를 그대로 베꼈다. 일본 돈키호테에서 제품을 직매입해 서울에 팔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심지어 매장내의 안내 방송도 돈키호테를 그대로 따라했다. 간판 글씨체도 유사하다.
이것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전문점'인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그렇게 해외에 열심히 나가며 '매의 눈'으로 시장조사를 한 결과가 고작 해외에 있는 유통 환경을 그대로 베낀 것인가.
이마트가 해외 유통 환경을 벤치마킹해 한국에 도입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삐에로 쑈핑'은 좀 심하다. 돈키호테라는 쇼핑 환경을 한국에 도입하고 싶었으면 차라리 제휴를 하든 합작법인을 설립했다는 게 나았을 것이다.
이마트는 '삐에로 쑈핑' 내부에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지역 인기 광고판을 그래도 차용했다./사진=미디어펜
일본 오사카의 번화가 도톤보리에 있는 광고판 이미지도 그대로 차용했다. 성인용품과 캐릭터 상품 등 대형 유통 채널에서는 쉽게 다루지 않았던 품목들을 취급했다는 점에서는 새로운 시도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일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마트 측은 "해외여행을 가면 한가득 사 오던 쇼핑 리스트, 여기저기 쏘다니며 사 오던 모든 것들을 다 준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여행을 가는 관광객들이 돈키호테를 쇼핑하기 위해 일부러 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일본 여행을 간 김에 돈키호테에 들러 쇼핑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 시애틀의 스타벅스 1호 매장에서 관광객들이 줄을 서며 구매하는 머그잔이 서울에서는 인기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현지에서 인기가 있다고 한국에서 똑같이 인기가 있으리라는 법은 없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오픈한 '삐에로 쑈핑'의 속옷코너./사진=미디어펜
이마트는 삐에로 쑈핑 소개 자료에 "해외 관광객이 한국에 오면 꼭 들려야 할 매장을 만들기 위한 상품과 서비스도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삐에로 쑈핑은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면 꼭 들려야할 매장은 아닌 것 같다. 해외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울 정도로 일본과 유사하다.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온다면 일본과 비슷한 걸 보여주기보다 한국 만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할 것이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