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미 인공지능(AI)·로봇·빅데이터 등의 신산업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며 기술 경쟁력을 쌓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냉혹하다. 정부와의 엇박자가 계속되는 기업들의 경쟁력에는 좀처럼 물음표가 지워지지 않고 있다. 미래가 더 암울하다는 비관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우리의 현실과 기업들의 성장 엔진 재점화를 위한 과제들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재계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지배구조개선 요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의 경영간섭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다. 다음 달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 지침)를 도입하면 연기금을 통한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이 민간기업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대기업들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경영 활동이 위축되고, 기존 시스템의 장점까지 약화될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건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는 정부가 민간기업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선제적 투자와 의사 결정 등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총수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경쟁력을 키워 왔다. 대기업 총수의 투자 방향 설정은 기업의 운명을 바꾸기도 있다. 최근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대기업들의 ‘총수 경영’을 마땅치 않게 보고 있다. 계열사 지분매각 등 조속한 시일 내에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며 경고를 보내고 있다. 정부가 원하는 ‘타임 라인’을 지키기 어려운 기업들은 속앓이만 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부작용이 보이지만 기업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처지다.
전날 미디어펜이 주최한 기업경제포럼에 참석한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3자인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간섭하면 간섭할수록 일자리는 줄고 생산성은 약화될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 등 정부가 민간 경제 영역에 간섭하면서 이에 대한 부작용이 경제 침체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대기업들이 총수 중심 경영에서 벗어나 전문 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고, 이사회 권한을 강화하면 문제가 없을 것 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서는 총수 경영의 장점을 극대화 하면서 시장논리에 따라 기업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규제 일변도 정책은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 상황에서 전문경영인이 총수를 대신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그룹 총수들이 외국 정부, 해외 파트너사의 고위층을 접촉하며 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며 “총수들도 우리 경제의 자산인 만큼 규제보다는 시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기업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 대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이를 통해 고용확대 등 부가가치 창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장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가 집행되기 위해서는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한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의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이 경쟁국들에게 뒤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잇달아 나오는 가운데 경제계는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4차 산업혁명이 바꾸는 우리의 미래’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우리경제는 최근 주력산업 정체로 구조적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권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한 미래성장 동력 창출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이는 기업들의 ‘퍼스트 무버’ 전략에 기반한 선도적 투자와 정부의 혁신적‧파괴적 규제완화 노력이 수반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