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잠잠해진 줄 알았던 자유한국당 내 계파갈등이 다시금 민낯을 드러냈다. 친박계 의원들은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심지어는 '분당'을 요구하는 언급도 나왔다.
한국당은 지난 28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여야가 협상을 벌이고 있는 원 구성은 물론 당 재건을 위한 혁신비대위 구성, 비대위원장 선임 등 여러 사안에 대한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자리였다.
김 권한대행은 "후반기 원 구성은 독주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의 국정운영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제어할 수 있도록 견제권력을 확보하는 협상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안상수 혁신비대위 준비위원장도 "내주 말까지 비대위원장이 가시권으로 들어와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한다"며 "주요 (후보)분들을 접촉하고 여러분들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비공개로 의총을 전환하려 하자 김태흠 의원이 "왜곡돼서 알려지는 것 보다는 다 공개하자"고 말했다. 이에 의총은 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의총에서 첫 발언자인 정용기 의원은 김 권한대행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김 권한대행은) 새벽 3시45분에 저에게 공개하기 어려운 문자를 보냈다"며 "집 사람이 보고 '당신이 무슨 잘못을 했길래 무섭다' '무슨 일 당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전했다. "당헌·당규 등 절차를 지켜도 새로운 원내지도부 구성에 일주일이면 된다"고도 말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진태 의원은 "김 권한대행은 2선으로 물러나는 게 옳다"며 "홍준표 대표 체제가 끝났으니 여기 계신 분 중 누구라도 당 대표가 되면 우리당 지지도가 10%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당해, 전직 대통령 감옥 보내, 그래서 우리가 깨진 것"이라며 "가치와 이념 다 바꾸자고 나오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또 다른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은 "분당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권한대행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의총이라도 열어 투표하자"며 "이제는 친박과 비박이 아니라 안 되면 분당이라도 할 각오로 이념 논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당할 준비도 돼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처럼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지만 계파갈등이 실제 한국당의 분당사태로까지 이어지는 것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미 바른정당 사례를 지켜본 친박계 의원들이 '정치적 광야'로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논리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분당이라는 것은 언급하기는 쉬워도 실제로 행동으로 이어지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다가오는 총선을 생각한다면 분당이라는 것은 가능성의 희박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다만 친박계가 당 지도부에 대한 강한 반발심을 보이는 상황에서 비대위원장 인선 등 혁신비대위 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혁신비대위 준비위는 내주 말까지 비대위원장 후보군을 5~6배수로 좁힐 계획이었다.
지난 28일 자유한국당은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사진=자유한국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