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한국지엠의 기사회생이라는 사명을 띠고 제너럴모터스(GM)에서 배정받은 쉐보레 이쿼녹스가 판매 시작 첫달 저조한 성적을 기록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판매를 시작한 계약 첫날 200대의 높은 관심을 보이는 듯 했지만 1달동안 판매한 대수가 첫날 계약대수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다. 더욱이 이런 쉐보레 이쿼녹스는 국내시장에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절대강자 현대자동차 싼타페TM, 기아자동차 쏘렌토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어 앞으로 더 험난한 여정이 예고돼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쉐보레의 올해 첫 번째 신차 이쿼녹스는 지난달 385대를 판매하며 아쉬운 국내시장 개시를 했다.
쉐보레 이쿼녹스는 한국지엠의 중형SUV로 소개된 차량으로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고 수입완제품을 들여오고 있다. 첨단 안전·편의사양을 대거 적용해 시작가격 2990만원부터 최대 4240만원까지 가격분포를 세분화해 놓은 차량이다.
당초 이쿼녹스는 수입차라는 옵션이 붙어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런 예상과 달리 쉐보레 이쿼녹스는 지난달에 동급 수입차들보다도 못한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앞으로 이쿼녹스가 국내 경쟁차 수준의 판매 실적을 기록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본격 판매가 시작된 현대차 싼타페는 월 1만여대가 팔리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형제격인 기아차 쏘렌토도 월 5000~6000대의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또 르노삼성자동차의 QM6도 월 2000대 가량의 판매되는 상황이다. 차량 크기와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쉐보레 이쿼녹스가 선전하기는 힘들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출시전부터 이쿼녹스의 상품성에 물음표를 달았다. 국내 수요나 한국지엠이 미국 GM 본사로부터 배정받은 수입 물량으로 볼 때 월 수천대씩 판매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신차효과가 한창인 출시 초기 판매실적이 1000대를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를 논할 수준이라면 이후 실적은 수백 대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됐었다. 이쿼녹스는 이런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쿼녹스는 완성차 업체인 한국지엠을 통해 판매되고 한국지엠의 서비스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국 수입차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가격과 차체크기(차급) 논란도 있었지만 출시 타이밍이 좋지 못했다는 점도 이쿼녹스에게는 부담이 됐다.
우선 국내 중형 SUV 시장에 '신참'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싼타페가 월 1만대 이상씩 쓸어 가는데다, 쏘렌와 QM6도 건재하고, 쌍용자동차까지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의 가격대를 중형 SUV 수준으로 맞춘 뒤 이 시장에 진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쿼녹스가 좀 더 시간을 앞당겨 지난해 말 쯤 국내 상륙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만 해도 싼타페가 풀체인지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있었기에 힘 빠진 구형 싼타페와 싸우는 게 한결 수월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당시 회사 상황이 불가피했다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진정 이쿼녹스를 성공시키고 싶었다면 승부수를 미리 던졌어야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지난달 GM이 미국에서 공개한 중형SUV 블레이저다. 한국지엠이 이쿼녹스를 국내 시장에서 '중형'으로 분류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블레이저는 싼타페·쏘렌토 등과 충분히 겨뤄볼 수 있는 차량이기 때문이다.
제너럴모터스의 새로운 중형SUV 블레이저 /사진=GM
특히 이쿼녹스가 판매에 들어간 시점에서 블레이저의 등장은 시선을 분산시키는 악영향만 미치는 꼴이 됐다. 더욱이 국내에서도 출시가능성이 점쳐지며 소비자들의 관심은 더욱 블레이저로 쏠리고 있다.
블레이저의 국내 출시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기는 요원하다. 미국에서도 내년이나 출시될 예정인데, 국내 출시 시점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시선이 이미 신차 블레이저에 집중된 상황에서 이쿼녹스의 시장 PR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쉐보레 이쿼녹스를 쉐보레 수입차에 대한 기대로 본다면 납득이 갈 만한 수준의 판매량이다"며 "첫 달보다 향후 판매량이 서서히 올라간다는 점에 기대를 걸수는 있겠지만 동급 경쟁모델 만큼의 판매량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