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4일 오후 5시 광화문 사옥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피해 당사자에 대한 ‘보상’과 더불어 '딸 낙하산' 논란,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무리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속시원히 답변을 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박 회장이 5일 아시아나항공의 모든 국제선에 노 밀(No Meal) 제로를 선언한 점도 임직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광화문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보상‧대책 없고 “죄송하다” 반복
박삼구 회장이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미안하다’며 협력사, 임직원, 그리고 승객들에게 공식 사과의 뜻을 전했다.
박 회장은 기내식 공급 압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협력회사 사장에 대해 “불행한 일을 당한 데 대해 무척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유족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7월 2일 오전 (협력회사 사장의 자살) 사고 소식을 접했으나 중국 행사로 일찍오지 못했다”면서 “기내식 문제로 인한 지연출발, 승무원들과 비행기를 탑승했던 승객들이 불편을 겪은 점에 대해서도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다만 이번 사태에 따른 보상 계획은 알려진 바 없다. 박삼구 회장의 사과 이후 현직 운항 및 캐빈 승무원들은 ‘기내식 대란 종결’ 외에는 보상 등과 관련한 어떤 지침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직원들의 업무 혼선 및 가중에 대한 개선책 없이 기내식이 제대로 탑재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논란이 나온다.
아시아나의 한 조종사는 “무노동 무임금은 노동법의 기본 원칙”이라며 “기내식 대란 이후 짧게 한시간 길게 네 시간까지 칵핏에 앉아있는 동안 바쁘게 상황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회사는 노동을 한 만큼 보상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협력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아시아나 측은 지난 2일 샤프도앤코의 협력사인 화인CS 대표의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 신속하게 유족보상 등 사고수습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박 회장은 이날 화인CS에 대해 “직접 거래관계가 아니지만 도의적인 책임은 있다”고 언급한 만큼 향후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딸 무자격 논란에도 “예쁘게 봐달라”
박 회장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사회경험이 전혀 없는 딸 세진씨의 상무 입사에 대해 “예쁘게 봐 달라”는 발언을 해 질타를 받기도 했다.
세진씨는 사회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지난 1일 금호리조트 상무로 입사했다. 사회 생활 시작부터 임원으로 회사에 발을 들였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다.
박 회장은 전날 세진씨가 금호리조트에 상무로 입사한 것에 대해 “아빠로서 회장으로서 나름대로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만약 딸이 부족하고 지탄받는다고 하면 인정을 못받는다고 하면 용납하거나 좌시하지는 않겠다”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예쁘게 봐달라”고 했다.
설상가상 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가 오는 6일과 8일 주최하는 규탄하는 집회가 열릴 예정인데도 박 회장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한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내식 공급계약 투자때문 아냐"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아시아나항공의 지주사인 금호홀딩스의 무리한 BW 발행으로 촉발됐다고 지적한다.
아시아나항공이 케이터링 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기존 업체인 LSG 측에 계약 연장 조건으로 지주사인 금호홀딩스 BW 1600억원어치를 매입하라는 요구를 했고, LSG가 이를 거부하자 하이난그룹 자회사인 게이트고메코리아와 30년짜리 기내식 공급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그 후 금호홀딩스가 하이난그룹을 대상으로 BW 1600억원을 발행하면서 20년 만기 금리 '0%'라는 파격적인 조건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결국 자금조달을 위해 기내식 업체를 무리하게 바꾼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박 회장은 "LSG와 계약을 맺은 것은 IMF를 겪었던 시기로 시대적인 상황 때문에 불리한 조건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며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원가 공개 등을 LSG 측에 요청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불가피하게 업체를 바꾸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 밀 없다’ 발언에 직원들 ‘끙끙’
아시아나항공 직원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전날 박회장이 “내일(5일)부터 노밀 없이 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점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객실본부는 박 회장의 발언에 따라 이날부터 ‘노 밀’ 사태를 막기 위해 좌석별 기내식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개편했다. 좌석별로 퍼스트클래스(A380)는 현행과 동일한 수준으로, 비즈니스클래스는 메뉴 코스별 서비스를 중지하고 중단거리 노선 일부에서는 선호메뉴 당 1타입 구성, 치즈플레이트 서비스 중지, 이코노미클래스는 2가지 선택지를 기준으로 기내식을 서비스하되 중‧단거리 노선은 핫밀 또는 브리또로 대체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초 이날 운항 예정인 국제선 가운데 단거리 노선 일부는 ‘노밀’이 사전결정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 오전 10시45분 기준으로 ‘노밀’로 출발한 국제선 중 5편이 ‘사전결정’으로 처리돼기도 했다. 식사 대신 기내 면세품을 살 수 있는 바우처(TCV)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노 밀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항공 성수기에 차질이 없도록 기내식을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7월 말부터 시작되는 성수기에 최대 3만식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한 상태"라며 "8월까지 이어지는 성수기 기간에도 차질 없이 기내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직원 훈련을 철저히 해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