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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연정 남경필지사 행보, 정체성 포기는 곤란

2014-06-11 11:16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김규태 미디어펜 연구원
6.4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에 대하여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는 최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민심이 여당에게 준엄한 경고를 보냈지만 야당도 역시 대안 세력이 아니라고 함께 경고했으며, 그러한 가운데 여야가 손잡으라고 명령했다고 말이다.

남 당선자는 경기 도정 통해 연정을 실험할 것이라 밝히면서 분권형 개헌의 가능성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그리고 선거 공약대로 야당 추천을 받아 부지사를 임명할 것이며, 야당 추천 부지사는 노동, 환경, 복지 분야를 맡아 도정 의사결정에 관여하게 될 것이라 언급했다.

남 당선자는 본인을 혁신 세력이라 규정하며, 정치권 내에서 기득권에 안주한 세력과의 싸움에 나설 뜻을 밝혔다. 자칭 혁신 대 기득권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하여 여야가 통합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경필은 혁신세력인가

남 당선자의 요지는 몇 가지로 정리된다. 그 중 첫째는, 남 당선자 본인은 기존 기득권 정치세력에 대항하는 혁신 세력이라는 것이다. 재선을 역임한 선친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5선 국회의원으로서 1998년부터 지금까지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에서 첫손으로 꼽히는 중진으로 올라선 그의 정치 이력을 되짚어 보면 남 당선자가 2014년 현재 과연 혁신 세력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한때 남 당선자가 소장파로 불렸던 것은 그가 당내에서 소수의견을 주로 냈던 점에 기인한다. 남 당선자는 오히려 여야 정치권에 종사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기존 기득권의 중심인물 중 하나로 비춰질 것이다.

남 당선자는 1998년 15대 국회에 입성하여 내리 5선을 하였다. 현 19대 국회의원 300인 중 상위 4%에 불과한 몇 안 되는 다선 국회의원이다. 게다가 세월호 사태와 관련하여 국회의 과거 입법 내력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에서, 그 또한 국회의 구성원이자 여당의 5선의원으로서 일정부분의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세월호 참사를 거론하며 이를 타개할 혁신 세력으로 본인을 규정짓는 그의 언변은 놀라울 따름이다.

여야가 손잡으라 명령했다는 민심의 출처

둘째, 남 당선자는 이번 선거의 민심에 대하여 여야가 손잡으라고 명령했다고 인식하고 있다. 남 당선자에게 표를 던진 경기도 유권자들로선 실소를 금치 못하는 문제인식이다. 남 당선자에게 묻는다. 남지시를 찍은 몇 백만 유권자 모두의 심정을 어떻게 그런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 있는가.

정치인이 민심을 한마디로 정의내리는 것부터 교만이며, 남 당선자의 이러한 문제인식은 앞으로의 본인 도정에 대한 자기정당화이다. 도의회가 50 대 78의 여소야대 구도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남 당선자는 어차피 야당이 주도하는 도의회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해 나가야 한다. 남 당선자가 민심을 내세우는 것은, 도지사의 당연한 의무를 민심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 남경필 경기도 지사 당선자가 11일 국회에서 야당 부지사와 여야정책협의회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차원에서 여야연정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인사탕평책은 야합으로 끝나는 수가 많고, 그를 지지한 다수의 선택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은 정치인에겐 치명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15년간의 투표 중 매우 힘든 선택을 했던 시간이었다. 특히 경기도지사를 택하기가 가장 힘들었다. 나름의 개인적인 가치 기준으로 양 후보 모두 최악이었지만, 유권자의 한사람으로서 소중한 투표권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투표장에 나갔다. 몇 주간에 걸친 고민이었다. 남경필 후보 김진표 후보의 공약 모두 포퓰리즘 측면에서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고심끝에 '차악(次惡)의 후보'를 선택했다. 

민주주의 본질에 대한 남 당선자의 오판

개인적인 소견을 떠나, 남 당선자의 문제인식을 원론적으로 바라보았다. 남 당선자는 민심 운운하며 통합, 연정, 분권형 도정을 외치는 가운데 여야가 손잡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투표, 선거는 의사결정의 총체이며, 민주주의의 꽃이다. 다수는 다수대로 소수 의견은 소수대로 언제나 존재해 왔고 이는 민주주의에서 당연한 것이다. 민주주의는 태생적으로 갈등구조를 전제로 한 사상이다. 가치기준에 따라 나눠진 만큼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시민 각자의 의견이 다르다. 요구의 깊이와 넓이, 수준과 영역 모두 다른 만큼 본인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싸움은 불가피하다. 그것이 선거라는 과정으로 드러난다.

남 당선자의 연정, 분권형 도정은 인사-지위를 위주로 한 탕평책이다. 야당 추천 인사를 적극적으로 기용하여 함께 협의해 나간다고 한다. 남 당선자는 통합의 키워드로 인사 탕평책을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탕평책은 본질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인사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조선시대 군주제나 북한의 전체주의처럼 1인 권력의 영도 하에 하나로의 합침을 전제로 한 세상이 아니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가운데 다수결 의사가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민주주의 체제이다.

언제나 실패로 끝난 인사 탕평책

역사 속에서 탕평책이 성공한 사례는 없다. 한때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던 조선시대 탕평책의 끝은 언제나 실패였다. 탕평책의 가장 큰 사례로 언급되는 영조는 52년간 집권했다. 영조는 왕권 강화를 위해 종전과는 다른 방식을 채용했다. 영조는 요순과 같은 성왕을 자처하면서 초월적인 군주상을 수립했고, 당파 시비를 가리지 않고 어느 당파든 온건하고 타협적인 인물을 등용하여 왕권에 순종시키는 데 주력하였다.

한때 영조는 노론과 소론을 번갈아 등용하여 전국을 어지럽게 하였고, 이에 반발한 신하들이 난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50년 넘는 집권기간 동안 조선의 정치권력은 영조와 영조의 논리에 동의하는 탕평파 대신들에게 점차 집중되었다.

인사-지위를 위주로 한 남 당선자의 탕평책은 야당과의 자리 야합에 지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는 비판, 견제, 경쟁을 통한 다수결 의사 도출이다. 남 당선자의 조치는 남 당선자를 지지한 다수의 선택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처사이다. 남 당선자의 인사탕평책은 야권 일각의 마음을 일시적으로 달래줄 수 있다. 하지만 그를 지지했던 여권 유권자들 다수의 마음이 갈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김규태 미디어펜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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