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정유부문 수익성의 바로미터인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BEP)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하반기 반등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 하한선에 해당하는 배럴당 4.1달러까지 떨어졌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값 △수송비 △운영비 등을 제외한 중간 이윤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은 4~5달러로 알려졌다.
업계는 국제유가가 상승할 경우 원가 부담이 높아지지만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할 경우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제품 가격 증가가 억제, 정제마진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까지 떨어졌다./사진=한국석유공사
당초 국제유가는 산유국 감산 및 정세 불안·미국의 이란 경제제재·이란의 호르무제 해협 봉쇄 위협·베네수엘라 생산량 감소 등으로 12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또 일을 벌이고 있다'는 등 국제유가 하락을 강조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사우디 국왕에게 일일 200만배럴 규모의 증산을 '요청'하고 이에 대해 사우디 측이 유휴 산유시설 가동 등 원유 증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아랍에미리트(UAE)가 350만배럴 수준의 증산이 가능하다고 밝히면서 이란의 원유수출이 막힌다고 해도 공급량 증가가 이를 만회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에 따라 상승세를 지속하던 국제유가가 혼조세로 돌아섰으며, 증산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향후 국제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전체 수익구조에서 정유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 정제마진이 1달러 감소할 경우 분기당 영업이익 2000억원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정제마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번 주 동안 미국내 원유채굴기가 기존 858개에서 863개로 증가하는 등 미국 내 원유 생산도 증가하고 있어 공급 증가로 인한 유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정유사들은 미중 무역분쟁·중동 정세 불안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정유부문의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경기에 둔감한 석유화학·윤활유 등 비정유부문 확대로 수익성을 제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비정유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이 60%를 넘어섰으며, 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도 투자 확대에 따른 비정유부문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