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한국지엠 이쿼녹스와 르노 클리오가 국내자동차 시장에서 하차감을 앞세워 인기가 상승중인 수입차들보다 못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상반기 수입차가 국내 완성차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의 부진 속에 점유율을 2.4%포인트 늘리며 선전하고 있다. 이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등장한 차량이 이쿼녹스와 클리오지만 여전히 저조한 성적을 기록해 큰 도움이 못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완성차 5개, 수입차 24개 브랜드의 국내 총 판매실적은 89만7112대(상용차 전문브랜드 제외)로 전년 동기대비 0.1% 감소했다.
전체 판매량의 변화가 크지 않은 가운데 완성차 업체인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의 판매가 크게 줄었고,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토요타 등 수입차 상위 브랜드들의 판매가 크게 늘면서 완성차 점유율은 감소하고 그만큼 수입차 점유율이 늘었다.
올해 2월 군산공장 폐쇄를 시작으로 철수 위기까지 몰렸던 한국지엠은 그 여파로 올 상반기 판매가 전년 동기대비 41.6% 감소한 4만2497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8.1%에 달했던 점유율도 4.7%까지 급락했다.
SM6, QM6 등 주력 모델들의 인기가 시들해진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올 상반기 전년 대비 22.6% 감소한 4만92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점유율도 5.9%에서 4.6%로 떨어졌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상반기 판매가 늘기는 했지만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현대차는 2.8% 증가한 35만4381대, 기아차는 4.6% 증가한 26만7700대를 각각 판매했다. 쌍용차의 상반기 판매는 5만1505대로 3.7% 감소했지만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부진을 틈타 업계 3위를 차지했다.
상반기 완성차 5사의 판매실적은 75만7003대로 전년에 비해 2.9%포인트 감소했다.
완성차 쪽에서 감소한 실적은 고스란히 수입차 쪽으로 옮겨갔다. 벤츠는 상반기 8.9% 증가한 4만1069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판매 1위는 물론, 완성차까지 포함한 전체 순위에서도 5위에 올랐다. 완성차 최하위 르노삼성을 근소한 차이로 제친 것이다.
수입차 2위 BMW도 상반기 19.2% 증가한 3만4568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완성차 하위 브랜드의 자리를 위협하고 나섰다. 이들 수입차 ‘투톱’의 점유율은 벤츠가 4.6%, BMW가 3.9%로 4%대인 한국지엠 및 르노삼성과 혼전을 벌일 수준까지 이르렀다.
문제는 이 같은 수입차들의 일방적인 선전을 만회하기 위해 등장한 이쿼녹스와 클리오가 큰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물론 판매시작 1개월 만에 역전을 할 수는 없겠지만 이렇다 할 판매대수 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쿼녹스와 클리오는 수입완성차로 국내시장에 들어오며 수입차라는 메리트와 함께 국내에서 국산차량들과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이 판매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쿼녹스는 애매한 차급과 가격정책문제로 클리오는 국내시장에서 인기가 없는 해치백이라는 문제로 이렇다 할 판매실적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경쟁상대가 막강하다는 것도 문제다. 이쿼녹스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출시가 되긴 했지만 절대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현대차 싼타페TM과 그 뒤를 잊는 기아차 쏘렌토가 버티고 있는 경쟁력을 보유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쿼녹스는 경쟁차종보다 조금 부족한 차량크기에 쉐보레 브랜드에 대한 국내 이미지가 현대·기아차를 넘어 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클리오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지 못한 해치백이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에서 벨로스터 띄우기에 돌입하며 해치백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며 어부지리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클리오는 벨로스터와 비교하면 아래차급으로 직접적인 경쟁상대는 엑센트이지만 인기를 끌고 있지는 않다. 이에 경쟁구도를 형성해도 큰 판매를 기대하긴 어렵다.
마케팅에서도 양사는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특히 한국지엠은 신차가 등장 할 때마다 아쉬운 마케팅 전략으로 아쉬운 판매를 보인 바 있다. 앞선 올 뉴 크루즈에서도 아쉬운 판매전략을 펼쳤고 결국 한국지엠 군산공장폐쇄라는 결정이 내려지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 이쿼녹스 역시 같은 실수를 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어야 판매가 이뤄질 수 있는 브랜드 파워로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서는 이미지 개선이 선행 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고객들에게 브랜드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먼저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