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9일 출시한 '스파게티 토마토'./사진=농심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농심이 9일 서울 청계천의 한 레스토랑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신제품 '스파게티 토마토'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농심이 기자간담회를 가진 것은 백산수 중국 프레스투어 이후 약 3년 만이다.
농심은 올해 들어 건면새우탕, 양념치킨면 용기면, 양념치킨면 봉지면 등을 연속으로 내놨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장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신제품 간담회는 기존 라면 브랜드의 확장이나 리뉴얼이 아닌 새로운 라면 브랜드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농심 역시 기자간담회까지 진행하며 '스파게티 토마토'를 선보인 것은 그 만큼 이 제품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농심은 '스파게티 토마토'를 출시하며 '이탈리아 정통 스파게티 맛을 그대로' 담았다고 했지만 정통 스파게티 맛과 매우 거리가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인스턴트 라면이라는 느낌이다. 마치 쫄면에 토마토 맛을 첨가한 느낌이 강했다.
면은 스파게티의 주 재료인 '듀럼밀'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면발은 쫄깃쫄깃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맛은 토마토의 깊은 맛도 부족하고 거기에 매운 맛이 들어갔는데, 화학적으로 결합된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왜 스파게티를 먹는데 매운 맛을 느껴야하는지 동의하기 힘들었다.
이탈리아 음식의 특징은 지중해의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해 맛도 뛰어나고 원물 그대로 재료를 사용해 건강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리브유와 발사믹식초, 해산물 등이 대표적이다.
농심 '스파게티 토마토' 제품에 표시된 원재료명. 건강에 좋을 것 같은 성분은 잘 보이지 않는다./사진=농심
하지만 농심의 '스파게티 토마토'는 이탈리아 정통 스파게티 맛을 구현하지도 못했고 웰빙과 건강 트렌드에도 부합하지 못했다고 본다. 마치 불량식품을 먹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원재료를 살펴봐도 몸에 좋을 것 같은 성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해외여행이 대중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서 다양한 맛의 스파게티를 접하고 온다. 이탈리아 음식은 전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식으로 알려진 만큼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이탈리아 음식을 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입맛이 매우 고급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농심은 '식탁에 앉아서 세계의 다양한 면메뉴를 즐길 수 있고', '간편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파게티를 모토로 이번 '스파게티 토마토'를 내놨다고 밝혔다. 하지만 높아진 소비자들의 취향과 입맛을 맞추는 데는 실패했다는 판단이다. 스파게티가 주는 건강한 맛도 살려내지 못했다.
과거 농심은 짜파게티를 내놓으며 자장면의 대체재로서 큰 히트를 친 바 있다. 당시에는 소비자들의 입맛과 취향이 지금처럼 고급화되지 않았던 원인도 크다. 농심은 높아진 소비자들의 수준을 외면한 채 과거 히트를 쳤던 제품들의 향수에 젖어 비슷한 제품을 내놓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모습이 농심에서 최근 몇 년 동안 히트 상품을 내지 못하는 원인은 아닐까. 지금의 소비자들은 좀 더 맛있으면서 현지 맛을 구현하고 건강에도 좋은 제품을 찾고 있다. 스파게티의 본질은 건강함이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