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보험설계사가 각종 보험을 고객들에게 전해 왔지만 여태 가입하지 않던 보험이 있다. 바로 ‘고용보험’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에서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를 고용보험에 의무 가입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각 업계 뿐만 아니라 보험설계사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어 정책 시행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고용보험가입 의무화에 대한 설계사들의 인식/그래프=보험연구원
11일 고용노동부는 노사 단체·전문가들과 '고용보험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논의한 결과, 특수고용형태 근로자(특고)·예술인에게도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또는 다음 달 고용보험위를 열어 정부안을 확정 짓고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는 보험 설계사·학습지 교사 등 형식적으로는 개인 사업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임금 근로자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전형적인 직장인을 토대로 설계된 고용보험에는 빠져 있었다.
이에 정부는 주로 한 사업자와 일하는 특고 직종 약 50만명을 상대로 고용보험 가입을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고용보험 의무가입 여부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현행 고용보험은 임금 근로자 본인과 사용자가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특수고용직종들은 사업마다 제각기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어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보험료 절반을 내야 하는 사용자가 분명치 않다는 것이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보험설계사 집단 내부에서도 고용보험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보다 종합적인 이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보험설계사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용보험 의무화 반대가 38%, 가입 여부를 개인이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45.5%다.
그러나 설계사 노조가 자체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산재보험 의무화 찬성이 74.1%, 고용보험 의무화 찬성이 77.6%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조사 결과가 차이나게 되는 배경에는 설계사 집단 내부에서는 본인의 고객 수와 소득 수준에 따라 찬반이 엇갈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소득 설계사들은 근로자로 신분이 바뀌면 세금 부담이 증가한다는, 저소득 설계사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각각의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나 보험설계사 입장에서 모두 반기지 않는 분위기"라며 "기본적으로 고용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회사 입장에선 사업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일부 실적이 적은 설계사들을 해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소득이 적은 설계사 입장에선 회사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위기감과 소득이 많은 설계사는 세금이 보다 늘어난다는 부담이 있어 전체적으로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라며 "고용창출이 아닌 고용을 감소화 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이고 의무적인 방향보단 점진적이고 자발적인 고용보험 가입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분들을 일괄적이고 의무적으로 고용보험을 가입시키게 되면 기업의 부담이 늘어날 것 같다"며 "고용보험 같은 경우 정부 보조도 있지만 기업이 가입비를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현 정규직 직원들한테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고용보험을 가입을 의무화하는 등 갑작스럽게 추진하는 것 보단 전속 설계사 중에서도 일부 해당 기업에 기여가 있는 분들이라든가 그동안 오랜 기간 근무를 해 온 분들에 대해 선별적,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 모두에게 고용보험을 의무적으로 일괄 적용할 필요는 없다"며 "자발적으로 원하는 사람들만 고용보험을 들게 해주는 방향이 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