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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미중 무역분쟁, 늦었지만 총체적 대응방안 마련해야

2018-07-12 15:11 | 나광호 기자 | n0430@naver.com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301조에 의거, 2000억달러 상당(6031개 품목)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 추가 관세부과 계획을 발표하는 등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자 정부가 늦게나마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오전 강성천 통상차관보 주재로 미중 무역분쟁 및 미 자동차 232조 대응 관련 관계부처 및 업계·전문가들과 회의를 개최,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강 차관보는 이 자리에서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확산 가능성이 있으므로 민관이 합심, 주도면밀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연구원 △업종별 협·단체 △코트라 △한국무역협회 등에 면밀한 분석 및 모니터링 등을 주문했다.

정부는 민관합동 사절단을 파견, 대미 아웃리치 활동을 전개한다. 사절단에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해 산업부·외교부·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한진현 무역협회 부회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13일 기재부 1차관이 주재하는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따른 범부처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전부터 미중 무역분쟁은 단순 경제 논리를 넘어 동북아 지역의 패권을 놓고 벌어지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 어제 오늘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같은 대응은 한 발 늦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미중 통상분쟁 영향 및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한 부회장은 "'중국 제조 2025'를 비롯해 굴기를 언급하는 중국과 '아메리칸 퍼스트'를 내세우는 미국의 헤게모니 전쟁은 단기간 내 끝날 가능성이 적다"고 했다.

한진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이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미중 통상분쟁 영향 및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도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근본적으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면서 "'중국 제조 2025' 등 신사업 역량 축적·전략물자 통제 등의 압박을 느끼는 중국도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주최했던 '제2차 강군 육성을 위한 세미나-자유통일VS적화통일'에 참석한 이춘근 박사도 "우리를 둘러싸고 갈등이 벌어진다면 더 강한 쪽에 붙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미중 갈등을 언급했다.

그간 정부는 미국의 중국제재가 우리 수출에 야기할 피해가 2억달러에 미치지 못한다는 산업연구원 등의 분석결과를 근거로 미중 무역분쟁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지난 6일 미국이 34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동일한 규모의 보복관세를 예고한 상황에서 "미중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 및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코트라 역시 현지 무역관을 활용해 파악한 기업 동향 등을 토대로 상호 관세 부과의 영향을 제한적으로 추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연합뉴스



반면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로 인해 미국의 대중 수입이 10% 줄어들 경우 한국의 대중 수출이 282억6000만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대중 수출액의 19.9%에 이르는 규모다.

한국무역협회 역시 미중 무역분쟁 관련 3개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양국이 전면전에 돌입하고 유럽연합(EU) 등 타 지역으로 통상갈등이 확대될 경우 우리 수출의 6.4%에 달하는 367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과대평가'라는 입장을 표명했으나, 실제로 미국의 철강 관세가 EU·터키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로 이어지고 캐나다·멕시코·브라질을 비롯한 국가들이 무역분쟁에 가세, 글로벌 교역량 감소 등 세계 경기 둔화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중 간 갈등이 점차 고조되고 이 분쟁의 확산으로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제부터라도 여러가지 가능성을 고려, 총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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