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가며 산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7년 연속 파업이란 불명예도 이어갔다.
미중 무역전쟁격화와 더딘 중국시장의 회복세로 인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노사가 협력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또 파업이라는 강경책을 택한 노조에 업계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더욱이 지난 2일 노조는 성명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의 현대차 지원을 반대하며 시장상황의 어려움을 언급한 바 있어 이번 파업이 시작부터 정당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처음이자 지난 2012년 이후 7년 연속으로 파업에 들어간다. /사진=미디어펜DB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10일 노조의결기구인 중앙쟁대위를 열고 이날 1조 2시간, 2조 4시간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올해 처음이자 지난 2012년 이후 7년 연속으로 피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다음날인 13일에는 상급단체인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금속노조 총파업 지침에 따라 각조는 6시간 파업에 들어간다.
현대차 노조는 회사 측과 지난 10일까지 16차례에 걸친 교섭을 진행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파업을 결정했다. 올해에는 임금 인상에 근로시간 단축, ‘광주형 일자리’ 문제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라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노조는 기본급 대비 5.3%인 11만6276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 60세 적용, 근로시간 25분 단축 등이 포함돼 있다. 사측은 기본급 3만5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200%+100만 원 지급을 제시했다.
근로시간을 25분 줄여 1조와 2조가 하루에 총 16시간 일하는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두고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근로시간 25분 단축에 따라 줄어드는 생산량을 어떻게 만회할 것인지 입장 차가 크기 때문이다.
노조는 광주광역시가 임금을 기존 업계의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일자리를 늘리려 추진하는 자동차 생산 공장에 현대차가 투자하는 것도 반대하고 있다. 자동차 공급 과잉 상태에서 새 공장이 생기면 다른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선 이중 잣대를 내미는 노조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더 이상의 신공장이 들어오는 것은 반대하면서도 자신들의 임금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모습 때문이다.
현대차가 위기의 갈림길에 놓여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대차 주요 판매시장 중 하나인 미국이 수입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의 여파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 최대 시장인 중국이 회복세는 보이고 있지만 사드보복과 같은 상황이 이번 미중 무역전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해외시장의 약진으로 올해 판매목표달성의 희망이 보이는 상황에서 노사가 협력해야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노조는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파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업계에서는 녹록치 않은 시장상황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임금인상을 위해 파업을 하는 노조는 비판하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현대치지부
앞서 현대차는 노조의 파업으로 해마다 막대한 손실을 입은 바 있다. 문제는 이런 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할 영세협력 업체들까지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파업으로 2016년 12년 만의 전면파업을 포함해 모두 24차례의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로 역대 최대인 누적 생산대수 14만2000여대, 금액 환산 약 3조1000억원에 이르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해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기도 했고, 산업계 곳곳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파업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현대차의 파업으로 1차 협력업체 380개사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 손실을 냈고 2·3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더 막대한 금액의 손실을 가져왔었다.
지난해 역시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로 1조6200억원이라는 막대한 피해를 가져왔다. 또 지난해에는 신차 코나가 생산차질로 제대로 된 판매실적을 기록하지 못한 바 있다. 이런 피해가 노조의 파업으로 올해 역시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회사 사정을 무시하고 귀족노조라고 불리는 현대차 노조가 또 다시 파업 수순을 밟는 것은 당장의 이익을 위해 회사를 존폐 위기로 몰아가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2015년 기준 현대차 직원의 평균 임금은 96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1차 협력업체는 65%, 2·3차 협력업체는 30∼35% 수준에 머무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고임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회사 사정은 도외시한 채 파업을 무기로 무리한 임금인상과 정치적 요구를 거듭하는 것을 두고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협상을 강요하며 정치적인 색깔마저 드러내고 있어 심각히 우려되고 있다”며 “회사가 있어야 노조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과 이익도 보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더욱이 지속적으로 매년 파업을 반복하는 것은 협력업체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편협한 쟁의행위”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