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동탄역 유림노르웨이숲’이 사전 예약 신청 등을 통해 깜깜이 분양을 조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깜깜이 분양이란 보편적 분양 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모델하우스 개관 전 또는 청약 개시 전 사전 예약을 받거나 별다른 홍보 없이 청약을 진행해 고의적으로 미분양분을 만들고 이를 선착순으로 파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사전 예약 제도 운영에는 사전 마케팅이나 홍보 비용을 최소화시키고 미분양 발생시 물량을 선착순 동호수 지정 방법으로 빠른 시간에 털어내겠다는 건설사들의 판단이 깔려 있다.
동탄역 유림노르웨이숲 오피스·상가 견본주택 오픈일인 13일 견본주택 바깥 풍경. /사진=미디어펜
지난 13일 10시 동탄역 유림노르웨이숲 견본주택. 상가와 오피스 부문 오픈 당일인 만큼 긴 대기줄 없이 손쉽게 입장이 가능했다. 최근 동탄 지역 아파트나 오피스텔 견본주택 개관일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견본주택에 들어서자, 관계자가 방문 예약 여부를 묻고는 안내 데스크 쪽으로 이끌었다. 이름, 담당자 등을 확인한 뒤 담당 직원을 호출했다. 3분 남짓 대기하자 해당 직원이 나왔고, 그의 안내에 따라 안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담당 직원은 모형도 등을 통해 입지 및 특장점을 설명하고, 유니트 관람을 도왔다. 아직 모델하우스 오픈 전이었지만 관람에 어떠한 제약도 없었다. 상담 부스에서 상품에 대한 자세한 안내도 이어졌다.
“의향서(사전예약 신청서) 작성하셨어요? 작성하신 분에 한해 실계약 성사시 50만원 상당의 공기청정기를 선물로 드려요”
상담 부스에서 상품 안내가 끝나갈 즈음 상담자가 사전예약 신청서를 들이밀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향후 좋은 동호수 선점에도 의향서를 작성한 사람과 안한 사람을 나뉘어 관리할뿐더러 입장 역시도 별도 분류된다”고 덧붙였다. 사전예약 신청한 사람은 계약과 방문 모든 부문에서 우선 순위를 둔다고 설명했다.
상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작성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담당자 또한 "보험 하나 드는 셈"이라고 강조하며 청약 전 사전 예약 신청서 작성을 부추겼다.
‘동탄역 유림노르웨이숲’이 사전 예약 신청 등을 통해 깜깜이 분양을 조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오피스텔 사전 예약 신청서 작성 모습. /사진=미디어펜
사실 사전 예약 신청서 작성 권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전날 견본주택 방문 예약을 위한 전화통화에서도 담당 직원은 사전 예약 신청을 추천했다. 신분증 사진을 찍어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가린 채 메시지 등으로 전송하면 자신이 미리 작성해 놓겠다는 친절함까지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는 정부가 올 초 법률 개정을 통해 300실 이상 오피스텔의 인터넷 청약 접수 및 추첨을 의무화 한 취지와도 전면 배치된다.
정부는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통해 300실 이상 오피스텔은 금융결제원 등 대행 기관을 통한 인터넷 청약접수‧추첨을 의무화하고, 청약 경쟁률도 공개하도록 했다.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청약 과열 현상과 투기 수요 성행을 막고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는 아파트뿐 아니라 오피스텔의 사전 예약 신청 역시 주택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로 여긴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부동산개발정책과 담당 주무관은 “사용승인 전 분양하는 호실이 30실 이상의 경우 절차에 따라 분양신고를 하고 분양광고를 해서 공개 모집, 공개 추첨 절차를 투명하게 거쳐야 한다”며 “미분양시 우선순위를 주겠다는 조건부 계약이나 견본주택 개관과 동시 또는 이전에 사전 예약 등을 접수받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된다는 법원의 유권해석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사안의 경중은 사법기관이 판단하겠지만, 명백한 시장 질서 교란 행위이고 고발조치까지 될 수 있는 건”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