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원내 6석 소수정당을 이끄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꿈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내에 정당 지지율에서 한국당을 뛰어넘겠다"고 공언했다. 이 발언이 있은 다음날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정의당과 한국당의 지지율은 '동률'을 기록했다.
한국당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에게 완패한 한국당은 충격을 받은 눈치였다. 지선 이틀 뒤 한국당 의원들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현수막 아래로 모여들었다. '처절한' 반성과 '초심으로의 회귀'를 약속했다. "수구냉전세력으로 비춰진 부분에 대한 일대 혁신을 하겠다"며 보수와 진보로 굳어진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당의 정체성을 찾겠다고도 다짐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한 달이 지난 지금 한국당은 '엉망진창'이 됐다. 지난달에만 세 차례, 이달 들어서 한 차례 등 총 네 차례 소집된 의원총회는 열릴 때마다 케케묵은 계파갈등만 드러냈을 뿐 '당 쇄신'에 대한 진정성 있는 논의는 실종된 모습이었다. 과거 영광을 누렸던 '친박계'와 한국당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복당파' 간 지리멸렬한 다툼에서 '선당후사'의 정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조차 난항을 겪고 있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은 소속 의원 모두를 수술대 위에 올리겠다고 말했지만 수술대를 마련할 수 있을지 조차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5명의 비대위원장 후보군이 발표됐지만 그들 중 한명이었던 이용구 당무감사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을 다시금 고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 상황에서 제대로 된 쇄신이 되겠느냐는 비관적 전망 때문이었다.
한국당은 줄곧 '기울어진 운동장'을 이야기했다. 자신들이 몰락하는 이유를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찾아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까지 이뤄진 마당에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국민들은 외면할 것이란 논리가 힘을 얻었다. 그러나 한국당은 내부가 곪아 있었다. 굳이 박 전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차떼기' '엘시티' '이부망천' '방탄국회' 등 한국당을 욕보이게 만든 요인은 쌓여 있었다.
때문일까. 한국당의 앞길은 여전히 '험로'가 예상된다. 험로를 버티지 못하다가 '탈선'할수도 있겠단 생각마저 든다. 혹자는 한국당을 구할 '메시아'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메시아에게도 '안목'은 있다. 친박계와 복당파, 이제는 거론하기도 입 아픈 계파갈등은 차치하더라도 한국당이 반성해야 할 문제는 너무나도 많다. 계파갈등은 이 와중에도 반성하지 못하는 한국당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례일 뿐이다.
정치권 내·외부에서는 한국당이 살아날 길을 '세대교체'라고 분석한다. 생각해보면 세대교체의 본질은 '인적쇄신'이다. 한국당이 지금에 이르게 된 데에는 사람의 문제가 가장 크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인적쇄신은 당 내 갈등을 불러올 것이란 점에서 한계점이 명확히 드러나기도 한다. 그 누구도 가진 것을 내려놓고 싶지는 않은 게 세상의 이치다.
그럼에도 호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국당이라는 정치집단이 살아나려면 누군가는 희생해야 한다. 그리고 희생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작금의 책임은 한국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소속 의원 모두에게 있다.
이제 한국당도 받아들일 때가 됐다. '사람이 먼저다'
지난 6월 15일 자유한국당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비상의원총회를 갖고 6·13 지방선거 결과로 나타난 민심에 사죄의 무릎을 꿇었다./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