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경제·경영 전문가들이 대한민국 사회에 자리 잡은 ‘반기업정서’는 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업이 이윤창출을 하는 것에 대해 ‘사익편취’라는 편견을 갖는 것도 기업의 역할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디어펜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기업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제2차 기업경제포럼에서 사회를 맡은 현진권 자유경제원 전 원장은 “기업에 대해 다루는 학문인 경영·경제학에서도 기업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주고 있지 않다”며 “포럼을 통해 기업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김승욱 교수는 최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삼성이 20조 풀면 200만명에 1000만원씩 줄 수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국민들뿐 아니라 소위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도 기업이 돈을 벌어 사회에 나눠줘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영학에서 이야기하는 기업의 본질은 그런 개념이 아니다”라며 “소위 기업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은 ‘경제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해 이윤을 내는 것이 기업의 1차적 책임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법을 어기지 않는 것이 기업이 지켜야 할 2차적 책임, 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3차적 책임, 그리고 마지막 4차적 책임에 ‘자선적 책임’이 있다”며 “그럼에도 한국에선 기업의 역할이 ‘자선’에만 있다고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최준선 명예교수는 “기업의 최우선 존재이유는 이윤추구에 있다”며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기업은 죄악이며 사회의 기생충”이라고 언급했다. 기업이 많은 사람들에게 생계의 기반을 마련해주기 때문에 기업의 1차 목표인 이윤 추구만 이루고 살아도 충분히 존재 가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현대에는 기업이 자유와 평등과 물질적 풍요를 보장한다”며 “종교와는 달리 내세가 아닌 현세에서 자유롭게 살면서 물질적․정신적 풍요를 누리게 해주는 것이 바로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최 명예교수 역시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본부장의 말을 인용해 “기업이 CSR을 많이 하는데, 이왕 투자하는 것이라면 반기업정서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 교육에 앞장서야 한다”며 “자사와 협력업체의 임직원, 더 나아가 사업장이 속해있는 지역사회에 경제에 대한 지식을 높이는 일에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사진=미디어펜
남정욱 작가는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직원들이 ‘총수 퇴진’을 외치고 있는 것에 대해 “‘노동자 경영권’ 주장이 현실화되려고 한다”며 “‘노동자 경영권’ 주장은 기업의 존재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닌 ‘재벌이 지배하는 기업’을 해체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기업정서의 시작에는 파이를 나누는 문제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 파이를 노동자들이 갖겠다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남 작가는 “이 논리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들은 최초의 파이를 누가 만들었는지 관심도, 배려도 없고, 누군가 파이를 만들면 그것을 노동자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만 있다”고 비판했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본주의’라는 용어가 반기업정서에 기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자본주의라는 용어는 자본에 대한 보상만을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가치중립적이지 않다”며 “과거에 비해 시장의 영역과 역할이 크게 확대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시장경제’라는 용어가 현대의 경제체제를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근로자들이 과거에 비해 ‘자유’가 신장된 점을 강조, “근대 이후에는 생산에 대한 노동의 기여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임금이 확실하게 지불되고 있다”며 “자본주의라는 말 사회학자가 자본가를 비판하기 위해 만든 것이기에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미디어펜
이웅희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제학자나 경영학자들은 새로운 기술변화에 주목하며 시장생태계가 기술발전에 따라 어떻게 진화해 가는지 객관적으로 고찰해야 한다”며 “기업의 본질에 대해 기존 시장구조와 이론 체계에 함몰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제도학파는 거대기업의 출연에서 거대기업의 출현에 대해 관대하게 보는데, 이는 M&A 등 기업성장을 거래비용을 줄이는 효율성 추구의 과정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현실적으로 보면 지난 30여 년 간 IT 발달로 인해 더 많은 거대기업이 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런 추세는 4차산업 혁명 시대에 점점 더 중요해지는 ‘데이터’와 맞물려 ‘데이터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켜 거대기업으로의 쏠림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며 “플랫폼 사업이라고 불리는 양면시장의 구조가 IT를 기반으로 더욱 빈번하게 출현하면서 거대기업의 출현빈도와 속도도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는 김승욱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가 발제자로 참석했다. 또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남정욱 작가,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부 교수, 이웅희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