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아직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한국의 좌파 정부를 도울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15일(현지시간) '절정에 오른 한국 우파의 정체성 위기'와 관련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같은 배신감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홍준표 전 대표는 미국 출국 전 서울의 한 식당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외교를 사업상 거래로 보는 사람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자신이 한 말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에 대해 "한국 보수주의자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북 강경 어조와 군사력 강조, 진보 정치에 대한 경멸 등 모든 것이 지난 수십년간 한국 우파를 지배한 생각들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취임 1년반 지나고 나니 실제로는 재앙이었다"며 "현재의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 칭찬할 뿐 아니라 미군 철수에 대해 지속적으로 언급하자 한국의 정치적 우파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문은 "보수주의의 심각한 분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둘러싼 스캔들로 가속화됐다"며 "보수가 다음 2020년 총선에서 의석을 얻기 위해 젊은 유권자들에게 다가갈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최근 '기무사령부 계엄령 검토' 보도가 이를 더 힘겹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신문은 "자유한국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새 지도부와 한국 보수주의를 대표할 간판을 내세우려 하지만 국민들과 괴리된 것으로 보이는 기존 정당 정책으로 인해 한국당의 행보는 불투명하다"며 "홍준표 전 대표와 같은 구세대 보수주의자들은 이에 적응하기 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문은 이날 보도에서 "보수도 이제는 주한미군에 대한 절대적 의존을 재고할 때가 됐다"는 바른미래당 이준석 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의 언급과 "사람들이 북한과 평화를 원하는 것이 분명하므로 보수도 이를 받아들이되 이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내면 된다"는 자유한국당 강연재 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의 발언을 전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자료사진=자유한국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