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미중 무역분쟁이 양국에 국한되고 단기 이슈로 끝날 경우 한국이 입을 피해는 미미하지만, 분쟁이 장기화되면 환율 조작·풍선 효과·투자 조정 등으로 인한 수출 피해 확대가 우려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미중 통상전쟁과 대응전략 긴급세미나'에서 "이성적으로는 중국이 손을 드는게 맞지만 헤게모니 다툼을 비롯한 변수가 있어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 실장은 "2015년 기준 한-중 수출경합도 지수가 0.64인 점에서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방치할 경우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중국 제품 대비 떨어질 것"이라며 "미국 수출이 막힌 중국 기업들이 물량을 아세안 등 다른 시장에 쏟아내면 추가적인 경합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또한 "중국 업체들이 생산량을 조정할 경우 국내 자본재 및 동남아를 거쳐 중국에 들어가는 물량 감소 등의 피해가 있을 것"이라며 "중국은 대미 무역수지가 축소될 경우 우리 측에 화살을 돌릴 수 있다"고 부연했다.
주 실장은 "분쟁이 글로벌 차원으로 확산되는 것은 대공황을 떠올리면 되며, 이 경우 백약이 무효하다"면서 "이럴 가능성은 낮지만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6%를 방어하지 못할시 한국 경제성장률은 2%대 중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중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책으로 형성된 버블이 조정되는 과정에 있으며,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는 중국의 2022년 경제성장률을 5.7%로 잡았으나, 이는 미중 통상분쟁의 영향이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 및 투자 내수 경기의 둔화세가 확연하고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부채는 168%로 집계됐다"며 "부동산 재고 소진기간 장기화·그림자 금융 규모 증가 등 당장 무슨 일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주 실장은 △경제주체간 결속력 확보 △중국 정부의 경제 위기 관리 능력 주목 △중국 경제 관련 모니터링 강화 및 대외 리스크 조기경보 시스템 실행능력 점검 △한국 경제 펀더멘탈 강화 △신시장 발굴 및 산업경쟁력 강화 통한 해외 위기 전이 차단 등을 언급했다.
1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미중 통상전쟁과 대응전략 긴급세미나'에서 (왼쪽부터) 김형주 LG경제연구원 박사·박태호 서울대 명예교수·정인교 인하대 교수·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전은경 국회 경제산업조사실 입법조사관이 토론에 임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박태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세계 무역환경은 미국의 TPP 탈퇴·미중 무역분쟁 및 주요국 확산 등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라며 "미중 무역분쟁이 레토릭을 넘어 현실로 번지고 있으나 다자·지역 무역체제가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미국은 대공황 당시 스무트-홀리법을 통해 평균 관세를 30%에서 60%로 올리는 과정에서 자국 기업 및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한 경험이 있어 무역전쟁으로 번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11월 초 중간선거까지는 이러한 상황을 끌고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의 원인은 중국에 투자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지나친 정부보조금 지급·양국간 첨단기술분야 관련 주도권 다툼 등"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문제 지적 자체는 합당하지만 방식이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도하 라운드가 17년 넘게 완성되지 못한 것으로 볼때 기존 WTO 중심 체제는 한계가 있다"면서 "앞으로는 WTO 중심 다자체제 및 WTO 내 복수간 협정·지역 및 양자 FTA 등이 동시에 작동, 각자 방식이 일종의 업무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 사회자를 맡은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중국 내부의 문제점이 있어 이번에 미국이 나선다면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미중 무역분쟁 이후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중국으로서는 관세 전쟁으로 대응하기에는 문제가 있어 비관세 조치를 도입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관세전쟁·무역전쟁을 넘어 경제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가 관심사"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20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를 발표한 이후 중국 측의 발언 수위가 전체적으로 강경해졌다"면서 "낙관적인 전망도 있으나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발언했다.
1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미중 통상전쟁과 대응전략 긴급세미나'에서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형주 LG경제연구원 박사는 "미국은 거시경제 상황이 너무 좋아 중국을 압박하면 되지만 중국은 미국을 달래야 하는 측면이 있어 적정선에서 양보 내지 타협겠지만 시기는 알 수 없다"며 "미국이 무역제재를 232조와 301조 중 무엇을 중심으로 하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미국이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중국의 수출을 막는 대신 자국 제품 수출을 증가시킨다면 우리 측으로서는 더욱 좋지 않다"며 "반도체의 경우 미국은 장비를 만들고 우리는 제품을 팔지만 중국이 미국 측의 장비를 구입, 개발에 들어갈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피해가 적다는 것은 (+)와 (-)를 합친 것으로, 손해를 보는 쪽의 상황은 좋지 않다"며 "최종 숫자 외에 업종·제품·공정단계별 희비를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중국의 미 국채 판매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미국 국채를 판매, 가치가 폭락할 경우 중국이 보유한 외환가치도 폭락한다"면서 "자폭과 다를게 없다"고 답했다.
전은경 국회 경제산업조사실 입법조사관은 "WTO 강화는 미중의 상호 견제에 유리하지만 단기적 이익을 추구할 경우 방해가 돼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 발생한다"며 "WTO 약화는 일부 강대국에 의존한 결과로, 양국 모두가 WTO 기능강화에 협조하는 것은 다른 국가들의 국력 분포 및 역학관계가 기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전 조사관은 "미중 무역분쟁은 우리에게 스트레스가 되지만 기회가 될수도 있다"면서 "규제체제 및 사회 전반의 경직성 때문에 시대 변화에 느리게 대응하고 있었지만 미중 무역분쟁으로 이를 만회할 시간을 다소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