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2900억원만 있으면...’ 아시아나항공을 둘러싼 인수합병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3년 전 한화, 신세계, CJ 등에 매각설이 거론된 데 이어 올해 역시 SK그룹의 인수검토설에 휘말렸다.
특히 이 같은 소문은 최근 아시아나의 모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재계의 이목을 더욱 집중시키고 있다.
이륙 운항중인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아시아나항공
1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아시아나항공의 M&A설이 불거지자 마자 항공산업에 관심이 있던 대기업 전략적투자자(SI)들 4곳 이상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인수금액이 적은 대비 큰 투자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은 9000억원 안팎에 불과하며 1대주주(현 금호산업 33.47%)로 올라서는 데 필요한 금액은 대략 29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여기에 2대주주인 금호석화(11.98%)가 보유한 지분을 적대적 M&A에 활용하면 1897억원(1주당 4300원 기준) 가량으로 금액이 줄어든다. 단순 계산으론 2000억~3000억원만 투자하면 1대 주주 등극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SK뿐만 아니라 한화, 신세계, CJ 등 쟁쟁한 대기업들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점도 이 때문이다. SK그룹은 투자가능 현금자산만 10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고, 한화나 신세계 등도 항공사 M&A를 검토한 전력이 있는만큼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신생 저비용항공사 ‘에어로케이’에 투자한 적 있는 한화그룹과 제주항공을 소유한 애경그룹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인수 후 재무개선에 투자할 비용이 만만치 않아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들 기업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기치를 내건다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항공산업이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이어 국내 2위 사업자라는 메리트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기내식 대란과 오너 리스크로 얼룩진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 개선ㆍ부도덕한 오너와 경영진 대체 등을 인수를 통해 해결한다는 명분도 갖출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자체로는 지난 2년간 매년 25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성도 높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이 악화되고 있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있다. 올들어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은 약 4조원으로 이 중 2조원 만기가 연내 도래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상반기 금호사옥 매각 등을 통해 9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 중 항공기 매출채권과 에어부산의 수익 등을 담보로 4000억원 가량을 충당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게 된다고 하더라도 돌아오는 회사채를 막지 못한다면 파산이 유력하다.
재계 관계자는 “당장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다른 기업에 매각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면서도 “재무상태가 악화될 경우 유상증자, 영구채 발행 등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항공을 지키려면 재무구조개선 약정 이행을 차질없이 성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