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정부가 소비촉진을 위해 지난 19일부터 출시되는 자동차(승용차·이륜차·캠핑용 자동차)의 4개별소비세를 연말까지 한시적 인하를 결정하며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당장 6개월 정도는 높은 판매가 이뤄지겠지만 이후에 찾아올 소비절벽과 특정 업체들에게 집중될 해택 때문이다. 더욱이 월초가 아닌 보름 넘게 판매가 진행 된 후 해택이 시작되며 이미 구매한 소비자들의 불만과 급하게 프로모션을 추가로 진행하는 업체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과 수비차 업체들은 이번 정부의 결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곤 있다. 하지만 수혜가 특정 기업에 집중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가 소비촉진을 위해 지난 19일부터 출시되는 자동차(승용차·이륜차·캠핑용 자동차)의 4개별소비세를 연말까지 한시적 인하를 결정하며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미디어펜
◇되풀이 되는 세금 감면 해택?
특히 이미 상반기 부진을 겪은 국내 완성차 마이너 3사의 경우 실적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7월 판매조건으로 회사가 감내할 수 있는 최대한의 할인을 적용한 바 있다. 이에 추가로 할인해택을 진행할 여력이 안 된다는 것이 업체들의 중론이다.
이런 3사의 입장과 속사정을 모르는 소비자들은 개소세 인하해택이 적용된다 해도 큰 차이가 없는 업체들의 차량구매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최대 100만원이 넘는 금액할인 해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일부에서는 정보유출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매번 정부의 개소세 인하 발표 때마다 되풀이돼 왔다. 지난 2015년 8월 정부의 개소세 인하 발표 때도, 그보다 앞선 2012년 9월에도 현대·기아차만 발 빠르게 개소세 인하와 연계한 추가 할인 계획을 내놓았다.
현대·기아차의 '압도적으로 신속한' 대응은 '개소세 인하 효과의 편중'으로 이어졌다.
개소세 인하가 판매실적에 반영됐던 2015년 9월부터 12월까지 완성차 5사의 판매실적을 보면, 현대·기아차는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판매가 오히려 줄었다. 마이너 3사 중에서는 쌍용차만 당시 큰 인기를 끌던 티볼리 효과로 증가를 보였을 뿐이다.
◇개소세 인하 종료시 판매절벽…경기부양 효과 미미한 수입차가 더 큰 수혜
개소세 인하 자체가 차기년도 수요를 끌어오는 일시적인 경기부양 정책에 불과한 만큼 그 효과가 특정 업체에 집중되면 다른 업체들에게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개소세를 인하한다고 해서 차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차를 사진 않는다"며 "시장 규모는 한계가 있고 차량 교체시기를 수개월 앞당기는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완성차 업체들은 개소세 인하가 종료되고 기존 세율로 복귀하는 시기마다 심각한 판매 절벽을 겪어왔다. 개소세 인하 기간 동안 미리 수요를 끌어다 쓴 대가를 치른 것이다.
2015년 9~12월 개소세 3.5%가 적용되다 다시 5%로 환원된 2016년 1월 완성차 5사의 판매실적은 전월(2015년 12월) 대비 무려 39.3%나 폭락했고, 전년 동월에 비해서도 4.8% 줄었다. 같은 기간 수입차 판매도 전월 대비 33.4%, 전년 동월대비 18.5%씩 감소했다.
이후 정부가 경기 위축을 감안해 개소세 인하를 6개월 연장하며 1월분도 소급하기로 결정했으나 정부 발표 시점은 2월 3일이었기 때문에 1월 영업 당시에는 개소세가 환원된 상태로 판매가 이뤄지면서 실적이 급감한 것이다.
6개월 연장한 개소세 인하가 종료된 이후인 7월 실적은 다시 전월 대비 24.8%, 전년 동월대비 10.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차 판매도 전월 대비 32.9%, 전년 동월대비 24.0% 줄었다.
이번에도 개소세 인하가 끝나는 내년 1월에는 판매가 급감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마이너 3사 중 한 업체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개소세 인하 효과로 일정 기간 판매 증가 효과가 있겠지만 먼저 끌어다 쓴 수요가 특정 업체에 몰리고, 판매 절벽 시기에는 다같이 힘든 상황이 온다면 수혜의 편차가 너무 큰 게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변화된 7월 판매조건은?
현대·기아차는 정부가 18일 발표한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에 발맞춰 주요 차종에 대한 추가 할인을 포함한 7월 판매 조건을 확대하는 한편 7년 이상 경과 노후 차량 교체시 30만원을 지원하는 고객 지원 특별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개소세율 인하 따라 현대차는 차종 별로 21만원에서 최대 87만원까지, 제네시스는 69만원에서 288만원까지, 기아차는 29만원에서 171만원까지 소비자 가격이 각각 낮아진다.
현대·기아차는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와 더불어 자동차 실구매 고객의 혜택을 확대하기 위해 7월 기 발표된 기본 할인 조건에 더해 주요 차종을 중심으로 추가 할인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19일부터 운영한다.
추가적인 할인 혜택은 승용 및 RV 등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까지 대부분 포함된다.
현대차는 엑센트, 아반떼, i30, 쏘나타, 쏘나타 HEV, 투싼 등에 대해 20만원의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아반떼와 투싼의 경우 기존 기본 할인 조건 50만원과 30만원에 추가 할인까지 더해지면 각각 70만원과 50만원의 할인이 주어지게 된다.
기아차는 K3, K5, K7, 스포티지, 쏘렌토, K5 HEV, K7 HEV 모델들에 20만원 추가 할인 혜택을 적용한다. 마찬가지로 K5 및 K7, 스포티지는 기본에 제공되던 할인 혜택과 이번 추가 할인까지 더해지면 각각 50만원, 50만원, 100만원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와 별도로 7년 이상 경과한 노후 자동차를 교체하는 고객에게 30만원을 추가로 지원하는 '노후차 교체 특별지원'도 마련했다.
쌍용자동차는 오는 19일부터 G4렉스턴과 티볼리, 티볼리 에어, 코란도 C 등 4개 차종 가격을 최대 82만원 인하한다. 다만 렉스턴스포츠와 코란도 투리스모는 개소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차종이어서 가격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G4 렉스턴의 경우 트림에 따라 62만~82만 원 인하됐고 티볼리 인하 금액은 가솔린 모델이 30만~41만 원, 디젤은 37만~44만 원이다. 티볼리 에어는 가솔린이 34만~42만 원, 디젤은 36만~46만 원씩 낮아진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코란도C 인하 규모는 41만~51만 원이다.
한국지엠도 차종별로 최대 57만원까지 가격을 내렸다. 중형 세단인 말리부는 최대 57만원 할인되며, 소형 SUV인 트랙스는 최대 43만원, 중형 SUV인 이쿼녹스는 최대 53만원까지 인하될 예정이다. 경차 스파크는 개소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르노삼성차는 중형세단 SM6 45만~60만원, SM7 63만~71만원, 단일트림으로 운영하는 SM5 40만원의 가격 조정이 있었다. 또 SM3 26만~37만원, QM6 45만~64만원, QM3 40만~47만원, 클리오 36만~42만원을 각각 내렸다. 전기차 트위지와 SM3 Z.E. 개소세 인하가 이뤄지지 않는다.
수입차들도 이같은 정부의 해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수입차 판매 1위인 메르세데스-벤츠는 딜러들에게 개소세 인하를 통해 E클래스의 경우 90만~200만원 가격을 인하하며 S클래스는 최대 320만원 할인한다. SUV인 GLC는 90만~120만원, 고성능차 라인업인 AMG GT도 240만~300만원 가량 할인된다. 딜러별로 추가 할인을 적용할 경우 실제 구매 가격은 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
개소세 인하가 종료되는 12월 31일까지 전기차를 제외한 모든 BMW 모델들의 가격이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180만원까지 낮아진다.
BMW는 320d를 기존 5150만원에서 60만원 내려간 5090만원에 판매한다. 520d M 스포츠 패키지 플러스와 730d xDrive M 스포츠 패키지 가격은 각각 90만원, 140만원 할인 한다.
뉴 M5는 180만원 인하된 1억4510만원에 판매된다. BMW의 소형차 브랜드인 MINI 역시 차량 가격이 40만원에서 70만원가량 내려간다.
한편, 일각에서는 개소세 인하 효과가 완성차보다 수입차 업체들에게 더 크게 작용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동차 판매 확대를 유도해 부품산업을 포함한 전반적인 내수경기를 끌어올린다는 취지와는 달리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은 수입차가 더 잘 팔린다는 것이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이 1000만원대에서 3000만원대인 완성차 주력 차종들은 추가 프로모션을 제외한 개소세 인하 효과가 수십만원 선에 그치지만, 고가의 수입차들은 개소세 인하 효과도 수백만원에 달한다"면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효과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