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우석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 |
역설이지만, 이 모두가 정부 무력화를 겨냥해 '악마의 편집' 솜씨를 발휘했던, 사실상의 범죄집단 KBS의 덕분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공영방송 KBS가 뉴스에서 대통령이 지명한 신임 총리 후보자를 음해하는 인격살인을 의도적으로 저지르고, 그걸로 사회를 들끓게 만드는 거짓선동에 나선 뒤의 역풍이 이렇게 몰아치고 있다.
명백한 범죄행위를 지켜보면서 제아무리 무디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이젠 알게 됐다. 사태 초기 "총리 후보자 문창극은 친일 매국노"라며 흥분했던 여론이 빠른 속도로 되돌아오고 있고, 새누리당 역시 입장을 바꿔 문 후보자를 밀고 있다.
지금은 KBS와 친노좌파 세력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상황 전개인데, 문창극은 왕년의 중진 언론인에서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거물로 자리 잡았다. 한 시간짜리 강연 영상을 보며 그가 진짜 애국자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된 탓이다.
총리 비준에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정치력 모두를 걸라
놀라운 상황 변화는 이번 사태가 너무도 명백한 진실과 거짓 사이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KBS가 악마의 편집으로 만든 1분짜리 거짓 동영상의 선동은 멀쩡하게 존재하는 1시간짜리 풀텍스트의 진본(眞本) 앞에서 바로 빛을 잃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다음 주로 예정된 인사청문회(23~24일) 국회 본회의 임명 동의안 표결(25일)이라는 두 개의 절차를 넘어서야 한다. 여기에서 삐끗할 경우 대통령의 리더십은 급전직하할 것이고, 당 장악력은 현저하게 약화될 것이다.
그뿐 아니다. 남은 임기 박근혜 대통령은 친노좌파와 선동언론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고, 국정과제와 현안은 마냥 표류할 것이다. 이 결정적 국면에서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정치력 극대화를 바라는 것은 그 때문인데, 이걸 제대로 돌파할 경우 앞으로 남은 가짜진보 세력과의 큰 싸움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 때문에 총리 인준이 걸린 23~25일은 이 나라 건곤일척의 갈림길일 수 있다. 차제에 다음의 세 가지를 점검해보자.
▲ KBS뉴스의 편향보도에 항의하는 시민들.
6월 11일은 지울 수 없는 한국언론의 수치로 남을 것
# 선동기관 KBS는 국민 앞에 사과하라=문 후보자 교회 동영상을 9시 뉴스에서 보도한 6월 11일은 도저히 지울 수 없는 언론사의 수치로 남을 것이다. 그날 당신들은 언론기관 역할을 포기했고, 보도국장 이하 보도국 기자 전체가 참여해 조직적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그들이 말하는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선동을 다하는 해방구 방송"으로 전락했다. 대충 훤하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길환영 사장을 쫓아낸 뒤 노조는 의기양양했고, 당신들이 생각하는 가짜 공정보도의 깃발을 꽂으려 작심했을 것이다.
그건 자충수였다. 당신들 머리와 가슴을 채운 건 1980년대 운동권 식의 낡은 마인드였고, KBS 보도국 기자들은 반 대한민국, 반 사회의 섣부른 집단정서에 사로잡혔음을 나는 너끈히 가늠한다. 그 결과 혹시 KBS 신임 사장 부임설이 도는 문창극의 뒤를 캐기로 하고 교회 동영상을 입수했을 것이다. 그가 총리로 지명된 판에 당신들은 기자윤리를 내팽겨친 채 '친일 매국노 문창극'이라는 공공의 적을 만들어냈다. 정치적 장난에도 못 미치는 악마의 편집은 심하게 부끄러운 짓이었고, 드디어 국민적 분노를 자아냈다. 이제 KBS는 적절한 절차를 거쳐 대국민 사과 성명과 함께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 나길 바란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건 '언론 장악' 아닌 '언론의 정상화'
#네 편, 내 편 가르는 조중동도 반성하라 = 한국사회가 항구적 위기사회로 남아있는 이유는 언론 탓이 크다. 아니 결정적이다. 비판과 대안을 헷갈리는 2.5류의 보도 행태는 이 사회에 항시적 불안요인일 뿐이다. 때문에 언론 생태계를 망쳐놓은 친노좌파 대형포털 다음과 네이버, 여기에 맞춰 깨춤을 추고 있는 군소 언론을 정상화하는 것이야말로 박근혜 정부의 숙제이다.
문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은 뒤에는 이 사안에 착목해 대통령과 함께 큰일을 해내길 나는 바란다. 잘못된 언론생태계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받고 독화살을 맞아봤던 경험을 되살려 사람들이 우려하는 '언론 장악'이 아닌 '언론 정상화'에 진력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가장 취약한 건 언론 정책의 부재라는 아픈 지적을 더 이상 들으면 안된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정말 우릴 실망시킨 건 조중동이었다. 필자의 경우 KBS가 '미친 방송'을 한 그 다음날 신문 지면의 논조가 정말 걱정됐다. 포털과 지상파 모두가 '문창극 죽이기'에 열중하지만, 그래도 균형을 잡아줄 건 조선 동아라고 봤다. 중앙이란 변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문 후보자의 전 소속사이기 때문에 옹호의 글이 쏟아져 나와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JTBC라는 기회주의적 유사(類似)좌파 방송을 만든 지은 죄 때문에 그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세월호 참사 때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지금이다
문제는 조선 동아인데, 지금까지 그들이 만든 지면도 KBS가 씌워놓은 거짓의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때리는 남편보다 말리는 시어머니라는 말도 있지만, 은근히 문창극을 때리기를 거드는 행위야말로 역겨웠다. 그건 소탐대실 지면의 전형이었다. 이젠 내 회사, 네 회사를 나누는 할거주의의 나쁜 전통을 버리고, 이 사회의 책임있는 주류(主流)를 강화하는 대업에 이바지하길 권유한다.
실은 조중동 당신들은 세월호 참사 때도 불량 지면을 만들어 우릴 실망시켰다. 누군가가 연출하고 있는 슬픔과 분노의 집단정서를 바로 잡기는커녕 여기에 편승하는 인기영합의 지면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걸 만회할 때가 지금이다.
#문창극의 대응이 더 중요하다 = 분명해졌지만 친일 매국 발언 시비는 사실 깜도 안 된다. 일제의 식민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며 우리 민족을 비하하는 취지의 발언은 실은 애국적 발언이라는 게 드러났다. 지난 4월 서울대 강의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발언 역시 우리가 당당하고 잘 사는 게 현명한 길이라는 상식적 내용이었다. 그런 발언을 문제 삼는 건 좌파들의 떼쓰기 전략이고, 그걸 기사화하는 언론은 바보짓을 반복할 뿐이다.
총리실 홈페이지에 동영상을 올리는 걸로는 부족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 이사장으로 있을 때 고려대 석좌교수직을 1년간 맡은 것이 좀 걸린다.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고, 석좌교수 자격이 충분하지만, 좀 더 신중한 처신이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신상털이가 그게 전부라면, 문창극은 보기 드문 인물이 분명하다. 국민정서법에 어긋났던 안대희의 경우와 또 다르니 문제될 건 없다.
이제 앞으로 나가면 되는데, 총리실 홈페이지에 교회 동영상을 올려놓는 걸로는 부족하다. 거짓 선동은 그렇게 한다고 가라앉지는 않는다. 좀 더 공세적 활동을 하길 바란다. 앞으로 일주일여,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해명자료를 내고 대응해야 한다.
인사청문회는 총리직에 오르기 전 시련의 자리가 아니라 당신의 애국심과 진의(眞意)를 보여줄 공간이다. 때문에 그 이전의 기선 제압과 정보 제공은 사전에 충분하고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 야당은 인사청문위원장에 박지원 의원을 내정했으며, 그는 "청문회장에 서게 된다면 이 세상에서 동원할 수 있는 가장 포악한 언어로 (총리 후보자를) 대해 주겠다”고 했다는데, 박지원 정도의 위인은 대수가 아니다. 당신 뒤에는 국민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진실이 이기는 걸 보고 싶은 게 우리 모두의 마음이다. 문창극, 당신을 응원한다. /조우석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 문화평론가